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지난달 30일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여야 정쟁에 치우쳐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과 최민희 과방위원장만 남았다는 평이 나온다. 김 실장은 이달 6일 열리는 운영위에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여야 합의가 실패하며 불발됐다. 관련해 여야 설전은 이어지고 있지만 증인 불출석으로 결론난 만큼 비교적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 위원장에 대해선 야당의 공격거리들이 계속해서 나오며 이슈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최 위원장 언급량이 한 달 사이 120배 넘게 폭증하는 등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소셜네트워크(SNS)상의 텍스트를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썸트렌드’를 통해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최민희’ 키워드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10월 초에 비해 10월 말에 최대 124배 가까이 급증했다. 10월 8일(13건) 등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언급량은 14일을 기점으로 세 자릿수로 뛰더니 28일(1608건)에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1일 공식 출범한 뒤 치른 첫 국정감사 날이 14일이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민간인 신분으로 출석했고 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빚어졌다. 더군다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받은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소란은 더 커졌다. 이날 최 위원장은 박 의원을 향해 퇴장을 명하기도 하고 정회를 선포했다.

최 위원장 언급량이 본격적으로 는 건 지난달 21일이었는데 최 위원장 딸 결혼식 논란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이날 최 위원장은 과방위 국감장에서 "기업이나 피감기관에 청첩장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국감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치른 딸 결혼식 논란에 해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최 위원장이 20일 비공개로 진행된 MBC 업무보고 당시 최근 보도를 문제 삼아 보도본부장을 퇴장시켰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최 위원장을 눌러싼 각종 비판들이 이어졌다. MBC 기자회는 21일 성명에서 “방송관계법을 총괄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공영방송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보도 관련 임원을 상대로 퇴장을 명령한 행위는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러한 태도는 권력기관이 언론을 위압하거나 간섭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선 최 위원장의 딸 결혼식과 MBC 보도본부장 사퇴 논란에 과방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최 위원장 의원실에서 딸 결혼식에 화환을 보내 달라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요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같은날 최 위원장을 직권 남용,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히며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려를 표명하며 최 위원장 입지는 좁아졌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3일 기자들에 "원내 지도부와 당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과유불급’이란 표현도 썼다. 당 내 빅스피커인 박지원 의원 역시 "아침에 진보·보수 신문들이 사설로 다 옳지 않다고 공격했더라. 최 위원장이 적절한 유감 표명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급기야 26일엔 최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딸 결혼식 축의금을 보낸 명단과 액수 등을 정리해 보좌진에게 전달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는 다시 국민의힘의 공격 빌미로 작용하며 최 위원장을 향한 공세 수위는 더 높아졌다. 결국 최 위원장은 30일 밤 과방위 종합국감이 끝날 무렵 "제 잘못"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 최 위원장실 비서관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수 차례 반말성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돼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민주당은 최 위원장 사과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본인 사과가 나온 만큼 위원장식 사퇴 조치는 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31일 “종합적인 당내 평가의 과정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과방위원장직을 정리한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강득구 의원은 "고의로 산하기관에 (결혼을) 알렸다는 비판은 다소 과한 부분도 있다. 저는 여전히 최 의원이 할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고 힘을 싣기도 했다.

10월 한 달 간 최 위원장 긍·부정 키워드를 살펴보면 부정 키워드는 86%에 달하며 이미 많은 이미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혹' ‘고발하다’ ‘내로남불’ ‘금품수수’ ‘허위사실’ 등의 키워드가 자주 언급됐다. 국민의힘 여론전이 어느 정도 작동했다고 볼 수 있고 최 위원장을 향한 대중의 시선도 싸늘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는 민주당 지도부와 달리 국민의힘은 1일에도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민주당은 '동지니까 감싸준다'는 정청래 대표식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최 위원장은 사과가 아닌 즉각 사퇴만이 답"이라고 하는 등 비판이 계속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