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층인 321단 1Tb(테라비트) TLC 4D 낸드 플래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고용량 저장 장치를 선제적으로 생산해 경쟁력 우위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321단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한다고 21일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청주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 제품을 월 3만 장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신규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반도체다.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저장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제품의 핵심 요소다.
SK하이닉스는 앞서 2023년 6월 직전 세대 최고층 낸드인 238단 제품을 양산해 시장에 공급했다. 같은 해 8월에는 321단 낸드 시제품을 공개하며 세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제품 개발 과정에서 ‘3-플러그’ 공정 기술을 도입해 적층 한계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3번에 나눠 플러그(여러 층의 기판에서 저장 공간을 한 번에 형성하기 위해 내는 수직 구멍) 공정을 진행한 뒤 후속 공정을 거쳐 3개의 플러그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압력에 강한 저변형 소재를 적용하고 플러그 간 자동 정렬 보정 기술을 도입해 완성도를 높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전 세대인 238단 낸드의 개발 플랫폼을 321단에도 적용해 공정 변화를 최소화함으로써 이전 세대보다 생산성을 59%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321단 제품은 기존 세대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 읽기 성능은 13% 향상됐다. 데이터 읽기 전력 효율도 10% 이상 높아졌다.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300단 이상 낸드 양산에 돌입하면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온디바이스 AI 등 AI 저장장치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로 AI용 저전력 고성능 시장에도 적극 대응해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실제 스마트폰·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의 둔화로 낸드 업계의 매출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AI용 고용량 낸드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24년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체 낸드 매출에서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SSD(eSSD) 비중이 60%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 부사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D램은 물론 낸드에서도 초고성능 메모리 제품군을 완벽하게 갖춘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