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中에 현지인 리더 배치…'맞춤형 전략' 세운다

2025-11-11

현대차가 북미·유럽·인도 등 핵심 시장의 권역본부장을 현지 전문가로 교체하고, 중국 법인도 현지인을 핵심 보직(총경리)에 배치했다. 글로벌 전략의 중심축을 본사에서 지역으로 옮기며, 시장 맞춤형 전략과 현장 중심 의사결정 체제 강화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초 신년사에서 “인력이 국적에 얽매이지 않고 글로벌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 생산과 리더십을 비롯해 현지화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 국적의 호세 무뇨스 당시 북미 총괄을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끌어올린 직후였다.

현대차에 따르면, 김언수 인도권역본부장이 올해 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기로 했다. 후임으로는 타룬 가르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내년 1월부터 본부장 겸 CEO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델리공과대와 인도경영대(IIM) 출신인 타룬 가르그는 인도 자동차 브랜드 ‘마루티 스즈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에서는 디지털 전환, 프리미엄 유통망 도입, 전기차 전략 등을 주도했다.

인도는 북미에 이은 현대차의 핵심 생산·판매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59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인도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타밀나두와 마하라슈트라 공장 두 곳을 통해 연간 87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실적은 썩 좋진 않다. 지난해 인도 증시에 상장한 현대차 인도법인은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5조 5475억원, 당기순이익 49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9%, 2.92% 감소한 수치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둔화 등의 대외 여건이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는 소비자 수요가 지역·계층별로 다양하고 복합적이라, 이를 정밀하게 파악해 기민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힌디어 음성 인식, 고연비 설계, 종교적 요소를 반영한 인테리어 등 현지 특화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도 현장의 감각과 소비자 통찰력을 갖춘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워 반등세를 만들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에서도 23년 만에 합작법인 베이징현대(BHMC)의 총경리에 현지인 리펑강을 임명했다. 그는 FAW-폭스바겐에서 판매 전략과 브랜드 운영을 주도한 인물로, 전략 기획부터 영업까지 전방위 경험을 갖춘 전문가다. 앞으로 BHMC에서 생산, 판매, 기획 등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중국 시장은 한때 연간 100만 대 판매를 기록했지만, 2017년 한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급감해 지난해에는 17만 대까지 줄었다. 다만 올해는 9월 기준 14만 대를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형 전기차 ‘일렉시오’ 출시, 중국 전용 모델 확대 등을 통해 점유율 회복을 노리는 중이다.

이번 인사는 인도와 중국 모두에서 현지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본사 주도에서 벗어나 각 시장의 특성과 소비자 니즈에 밀착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현대차의 조직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현지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라 북미·유럽에서 전기차 전략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는 현대차가 인도와 중국처럼 성장성이 높은 전략 시장에서 경영 체질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라며, “특히 인도는 현대차 글로벌 수익 구조에서 북미 다음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인사와 전략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