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의 죽음을 ‘멸실’이 아닌 ‘폐사’로 표기하기로 했다. 생명체의 죽음을 물건의 소멸로 간주한 기존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8일부터 내용을 담은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자연유산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그간 국가유산청은 천연기념물인 동물이 죽었을 때 ‘멸실’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이 때문에 천연기념물 동물의 죽음을 확인할 때는 멸실 신고서를 받아 멸실 목록을 작성해 관리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멸실은 ‘물건이나 가옥 따위가 재난에 의해 그 가치를 잃어버릴 정도로 심하게 파손됨’을 뜻한다. 법률 용어로는 ‘물건이 경제적 효용을 전부 상실할 정도로 파괴된 상태’를 의미한다.
생명체의 죽음에 물건의 소멸을 뜻하는 용어를 써온 셈이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지난 2023~2024년 겨울 산양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에 막혀 떼죽음을 당했을 때도 공식 문서에 ‘산양 멸실’이라고 표기했다.
이를 두고 동물권 단체와 학계에서는 생명체의 죽음을 물건의 소멸과 동일시 하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용어를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해왔다.
국가유산청을 제외한 타 부처는 멸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는 공식적으로 동물의 죽음은 ‘폐사’, 동물의 사체는 ‘폐사체’로 표기한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자연유산을 행정상 ‘물건’이 아닌 존엄한 ‘생명’으로 대우하겠다는 국가적 인식의 전환으로 받아들인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멸실’에서 ‘폐사’로, 이 두 글자의 변화를 얻기 위해 너무나 많은 희생이 있었다”며 “이 선언이 문서 위에만 머물지 않도록 정부를 끝까지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