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직장생활 중 기댈 언덕, 온라인노조가 있다

2024-12-17

노무사로 일하다 보니 직장인들에게 노동법 교육을 할 기회가 종종 있다. 노동법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담고 있으니 꼭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법 내용은 알겠는데 우리 회사는 안 지켜요”라는 반응이 나올 때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맨날 야근하는데 연장수당 안 줘요. 어떻게 해야죠?”라는 질문이 비일비재하다. 법적으로야 당연히 청구할 수 있고 안 주면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법과 현실의 거리가 너무 멀다. 신고 이후 괴롭힘은 기본이겠고 퇴직 각오를 하지 않고 과연 신고가 가능한가.

헌법은 근로의 권리(32조), 노동3권(33조)이라는 두 개의 노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최저기준(표준이 아니다!)은 법으로 정하고, 그보다 나은 근로조건은 노동조합을 통한 집단적 교섭으로 만들어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의 권리와 노동3권을 온전히 함께 행사할 수 있어야 적정한 근로조건 결정과 인간다운 노동이 가능하다는 게 헌법 정신이다.

한국에서 노동법은 안 지켜도 되는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금체불 등 노동법 위반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일천하다. 근로감독을 담당하는 노동행정이 부실하고 사법부는 노동법 위반에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어 일터에서 노동법을 구현하고 강제하는 장치는 노동조합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1월 발표를 보면 공공부문은 70%, 직원 수 300명 이상 사업체는 36.9%인 반면 30~99명 사업체는 1.3%, 30명 미만 사업체는 고작 0.1%로 거의 무노조 상태다. 겨우 10%를 조금 넘는 노동조합 조직조차 공공부문·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한국 특유의 기업별 노동조합 체계가 이렇게 낮은 노조 가입률의 한 원인이다. 사업체 내에서 일정한 수가 모이지 못하면 사실상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어도 초기업별 노동조합의 기업별 지부가 기업별 노동조합처럼 운영되니 장벽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원래 노동조합은 회사 밖에 있어야 하는 조직이다. 서구에선 직종별, 업종별, 산업별 노동조합이 해당 사용자단체와 초기업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단체협약이 사회의 노동규범으로 기능한다. 그래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노동조합 또한 회사 담을 뛰어넘어야 전체 노동자 단결과 권익 신장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지난달 초 그동안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주로 대변해왔던 직장갑질119가 온라인노조를 출범시켰다. 인터넷 카페(cafe.naver.com/119union)를 운영 기반으로 하는 직종·업종별 노동조합이다. 클릭 한 번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불이익을 우려하는데, 온라인노조는 익명으로도 활동이 가능하다. 빠르고 전문적인 노동상담은 기본이고 유용한 노동정보도 얻을 수 있다. 함께 노동문제와 노동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온라인을 통해 연결돼 있다. 직종·업종별 지부가 설립되는 곳은 업계 공통의 노동문제를 의제화하고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한다. 현재 온라인노조에는 사회복지지부·한국어교원지부 등 업종지부 2개가 만들어졌다.

노동조합은 직장인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동안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곳이 없었던 직장인,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어도 함께할 동료가 없었던 직장인,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했던 직장인. 바로 당신을 위한 노동조합이 여기 있다. 온라인노조가 힘든 직장생활 중 기댈 언덕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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