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지난해 말 김장 시즌을 앞두고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까지 치솟는 비상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는 전세계적인 기후 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처럼 농산물의 수급 불안이 가중되자 대안으로 스마트팜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다양한 식품기업들이 스마트팜 사업에 진출하며 본격적인 시장이 열렸다는 진단이다.
27일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규모는 2023년 206억달러에서 2026년 341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스마트팜은 스마트농업의 한 분야로 온실, 비닐하우스 등과 같은 원예, 축산에 ICT(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작물과 가축의 생육 환경이 자동으로 적정하게 유지·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농업 기술이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팜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 시장은 2020년 2억4천만달러에서 내년에는 4억9천만달러로 증가하며 연평균 15.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급증해 식량 부족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 기후로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농촌 인력의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스마트팜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과 농업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지 스마트팜을 확대 추진하는 등 지속가능한 농업 성장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 아워홈, 정부와 협력해 '노지 스마트팜' 확대 추진…지난달 '대파' 재배 성공 및 식재 수급
국내 식품사들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아워홈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와 지난해 11월 '노지(露地) 스마트팜 재배를 통한 농산물 공급 안정화'을 위해 뜻을 모은 바 있다. 이후 양측 협업 하에 올해 1월 전라남도 진도군에 위치한 노지 스마트팜에서 대파 재배에 성공했다.
노지 스마트팜 대파는 이달부터 아워홈이 운영하는 전국 구내식당을 비롯해 국내 주요 식음 사업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농지 감소, 노동 인력 부족 등 요인에 따라 채소값 상승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노지 스마트팜 확대로 안정적인 식재 수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워홈은 대파를 시작으로 연내 배추, 양파, 무 등 노지 스마트팜 재배 작물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별 재배 작물 특성을 반영해 강원도 평창 고랭지 배추, 경상남도 함양 양파 등을 대상으로 지역 농가와 상생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노지 스마트팜은 기존 시설 재배 방식의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던 과채류 등 고부가가치 작물뿐만 아니라 콩, 옥수수, 벼 등 일반작물도 재배 가능하며, 지역을 넓게 분포할 수 있어 생산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회사는 기후 변화 및 산지 감소, 인력 부족 등에 따른 가격 인상과 공급 불안성에 대응하고자 스마트팜을 이용한 농작물을 수급 중"이라며 "추후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연간 안정적인 물량으로 수급해 전국 단체급식 및 외식업장, 제조사업에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CJ프레시웨이, 노지 스마트팜 사업 총력…올해 재배 면적 줄여 소규모 집중 관리할 예정
CJ프레시웨이도 노지 스마트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2023년부터 스마트농업을 접목한 계약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기존의 계약재배 시스템에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작물 생산성을 한층 높인 고도화된 모델이다.
계약재배로 수확된 농산물은 전국 외식 및 급식 사업장에서 식자재로 사용되는데, 재배 작물로는 마늘, 양파, 감자가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재배 면적의 경우 지난해 약 5만1천평이었으나, 올해는 데이터 기반으로 한층 정확하고 세밀한 재배관리를 위해 면적을 예년보다 축소해 소규모 집중관리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는 2022년부터 노지 스마트팜 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국내산 수요가 많은 마늘, 양파, 감자 등 작물을 ▲제주 대정(마늘) ▲충청남도 서산(양파) ▲충청북도 당진 및 경상북도 의성(감자) 등의 지역농가와 함께 재배하며 데이터를 축적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대 농기계 기업인 '대동'과 업무협약을 맺고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동은 정밀농업 기술, ICT 융합 기술, 스마트 모빌리티 등 농업 디지털화에 주력하고 있다.
양사는 ▲노지 스마트팜 재배 솔루션 ▲정밀농업 솔루션 ▲스마트 농기계 및 농용로봇 등 다양한 스마트 농업 솔루션 분야에 있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국산 농산물은 CJ프레시웨이의 외식 및 급식 사업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 농심, 1995년 감자연구소 설립 후 관련 연구 시작…올해 30년만 정관 변경해 사업 확대
농심은 이미 지난 1995년 강원도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하며 스마트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농심은 스낵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감자 품종을 개발하고 종서를 생산, 보급하는 활동을 펼쳤다.
또한, 식품 생산에 사용하는 다양한 작물에 대한 품종과 수경재배 기술 등을 연구하며 기초 기술력을 쌓았다.
이후 농심은 2008년 안양공장 내 수직농장을 만들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으며, 2018년 사내 스타트업팀을 구성하고, 60평의 특수작물 연구를 위한 재배시설과 200평의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신설해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2022년 11월에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으로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을 내디뎠고, 이후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스마트팜 수출 MOU를 맺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사우디아라비아 시범온실 조성 및 운영)'에 선정되어 협얍식을 맺었다.
이에 농심은 올해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천㎡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을 맡는다.

이에 더해 올해는 본격적으로 스마트팜 사업에 힘을 싣는다. 회사는 내달 21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상 사업 목적에 '스마트팜 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1995년 스마트팜에 첫 발을 내딛은지 30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정관 변경은 앞으로 스마트팜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의지"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으로 'K스마트팜'의 우수성을 알리고, 스마트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농부' 농심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농심 스마트팜은 온도와 습도, CO2, 광량, 양액 등 식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이 모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으로 관리된다.
또한, 수경재배 방식으로 물에 비료를 섞어 영양공급을 함으로써 토양의 불순물로 인한 오염 가능성도 원천 차단해 농산물의 안전성과 경작의 안정성을 모두 확보했다.
특히, 작물을 재배하는 선반과 베드부터 인공광, 공조 제어 시스템까지 모두 직접 자체 개발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재배기술을 모두 탑재한 '농심형 수직농장 통합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농심만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이는 재배하는 작물의 특성에 맞춰 모든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작물의 변경에 따른 개선 조치도 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이외 CJ제일제당 역시 스마트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디지털팜CIC(Company In Company)를 신설해 자체 수직농장 솔루션 등 관련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에서 진행한 'K스마트팜 로드숍'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기후위기가 여전히 대두되고 있는 만큼 향후 스마트팜 시장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ESG 경영, 미래 먹거리 등이 중요시되고 있어 스마트팜 사업은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시설 스마트팜의 초기 투자가 높은 부분을 감안해 '노지 스마트팜'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팜으로 발전되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식량자급률이 낮은 중동지역이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다"며 "이에 향후에도 시장 전망은 밝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 측의 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 등으로 작황이 부진한 농산물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팜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이 스마트팜 사업을 키우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 따라서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 중심으로 스마트팜 기술과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이 많은데, 이 관점에서 정부의 지원도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물류비 등 지원 정책이 추가 마련된다면 스마트팜 시설 구축, 수확량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