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광저우 근교 순더에 위치한 D사의 물류센터는 언제나 일할 사람을 구한다. 노동 강도가 매우 높아 버티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빠르면 두 시간 만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어 입사 후 사흘은 무급으로 일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규칙도 생겼다.
저자는 2017년 5월부터 약 10개월을 이곳에서 일했다. 가장 힘든 야간 상·하차 업무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일하고 한 달에 나흘을 쉬는 생활을 열 번 반복했다. 책은 이 노동의 기억을 충실하게 기록한다. 저자는 체중이 빠지고 잠을 못 자는 날들이 이어졌으며 마음은 메말라갔다고 쓴다. 딱 봐도 체력이 약한 사람이 들어온다면 수습 동안 알아서 떨어져나가도록 요령을 알려주지 않았다. 힘이 약하고 동작이 느린 동료를 주변에서 대놓고 괴롭히는 일이 잦았지만 모른 척 했다. 저자는 “그런 일터에서는 누구나 삶에 짓눌려 동정심이 바닥나고 자기도 모르게 무감각하고 차갑게 변해갔다”고 썼다.
개인적인 이유로 물류센터를 그만둔 뒤 베이징으로 간 저자는 택배기사로 다시 약 10개월을 일한다. 물건 하나를 배달할 때 평균 2위안(약 400원)을 받으므로 4분에 하나씩 배달을 완료해야 손해보지 않는다는 계산 아래 더 조급하고 무책임하게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관찰과 생각에는 어떠한 자기 연민이나 과장도 없다. 사실 위주로 정직하고 담담히 써내려 간 기록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그래서 더욱 깊은 공감을 부른다.
이밖에도 저자는 온라인 쇼핑몰, 음식 배달, 경비원 등 다양한 일에 대한 경험을 솔직하게 쓴다. 저자는 20살에 실습 나간 호텔 종업원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19곳 직장을 옮겨가며 쉴새 없이 일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 문학이 된 계기는 드라마틱하다. 코로나19로 일을 쉬던 도중 자신의 경험담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책은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저자의 노력이 마침내 보상 받은, 희망의 기록으로도 책은 주목받는다. 1만 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