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의 핵잠수함을 개발한 황쉬화 중국 공정원 원사(과학계통의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가 사망했다. 향년 101세.
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황쉬화 동지 장례위원회’는 공산당 우수당원이자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 제719연구소 전 소장인 황 원사가 병환으로 전날 오후 8시30분쯤 후베이성 우한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24년 2월24일 광둥성 산웨이에서 태어난 황 원사는 의사 부모 슬하에서 자랐다. 1949년 상하이교통대 조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냉전 시대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이 미국·소련 양강 체제를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핵잠수함 연구를 시작했다. 마오쩌둥 정권에 의해 발탁된 황 원사는 1958년부터 약 30년간 핵잠수함 설계 주요 인력으로 일했다.
황 원사는 1970년 중국의 1세대 핵잠수함인 ‘창정(長征) 1호’를 설계해 중국 최초의 핵잠수함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핵잠수함 보유국이 됐다. 그는 창정 1호를 개발할 당시 그는 연구 장비가 부족해 주판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4세의 나이에 해군 잠수함을 실험하기 위해 중국 핵잠수함 총설계자 중 최초로 직접 심해로 들어가 잠수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심해 잠수는 모험이 아니며 나는 자신 있다”라면서 “만약 어느 부분에서 오류가 나오면 내가 즉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실험을 강행했다고 한다.
엘리트 공학도인 황 원사가 늘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지식인을 탄압한 극좌 사회주의 운동 문화대혁명 당시에는 밤에 몰래 연구를 이어갔고, 연구하는 모습이 발각돼 1960년대 후반에는 시골로 보내져 2년간 돼지를 키우는 강제노역을 했다.
또 그는 핵잠수함을 개발한 30여년간 연구 기밀 유지를 위해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부친과 형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생전에 그는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광둥성의 시골에 있는 부모님을 거의 찾아뵙지 못하고,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황 원사는 중국 정부와 국민에게서 ‘핵잠수함의 아버지’라고 칭송받으며 각종 훈장과 상을 휩쓸었다. 그는 2019년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국가 최고 훈장인 ‘공화국 훈장’을 받았다.
2020년에는 중국 최신예 잠수함에 스텔스(레이더 탐지를 어렵게 하는 기술)를 장착한 공을 인정받아 중국 과학기술 대상을 받았다. 중국의 잠수함 스텔스 기술력은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마저 견제할 정도이다.
황 원사는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 2000만위안(약 40억원) 이상을 자국의 과학 연구 기관과 대학교에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