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건물 백화점이라 불리는 상하이 와이탄 거리에 있는 와이탄 건물 13호. 와이탄의 상징과도 같은 이 상하이해관 건물은 4개의 면에 모두 시계가 달린 런던의 빅벤(BigBen)을 모방해 ‘빅칭(BigQing)’이라고 부른다.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지어진 시계탑이다.
와이탄을 걷다 보면 이 시계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국의 빅벤도 상해 와이탄 빅칭도 15분마다 종을 친다. 왜 15분마다 종을 칠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초의 시계는 돌에 칼로 금을 그어서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였다. 그 눈금이 100개였고 그것이 1일이었다. 눈금 하나가 일각(一刻)이다. 15분 즉 quarter-hour는 一刻이었다. 우리가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고 할 때 그 일각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하루를 100각으로 나누었는데, 절기에 따라 주야의 길이가 약간씩 달랐다. 동지에는 낮이 45각, 밤이 55각이고, 하지에는 낮이 65각, 밤이 35각이다. 춘분과 추분에는 낮이 55각 반, 밤은 44각 반이다. 일각이 15분이었고 15×100=1500, 1500÷60=25시간, 예전에는 25시간이 하루였다.
중국어로 입각(立刻 lìkè)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곧, 즉시라는 뜻이다. ‘촌각(寸刻)을 다투다’고 할 때 아주 짧은 시간을 뜻하는 촌각(寸刻)도 같은 의미이다.
지난달 상해를 다녀왔다. 간만에 와이탄을 달렸다. 오늘은 그 와이탄의 야경도, 평화호텔 재즈바의 선율도, 상해해관 빅칭의 시계 소리도, 그리운 밤이다.





1942년에 상하이의 상하이극장에서 상영된 ‘蔷薇处处开’(장미꽃은 곳곳에서 피어나건만)이라는 영화의 삽입곡 몽중인(梦中人)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자 가수인 꽁치우시아(龚秋霞)이다. 우리에게는 그 시절 상하이에 있었던 현인 선생이 번안해 부른 ‘꿈속의 사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상해 옆 동네 항주댁 탕웨이가 부르는 ‘꿈속의 사랑’을 들으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잊어야만 하는 사람을 잊지 못한 죄이라서
말 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아~ 사랑 애달픈 내 사랑아 어이 맺은 하룻밤의 꿈
다시 못 볼 꿈이라면 차라리 눈을 감고 뜨지 말 것을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한 게 죄이라서
말 못하고 돌아서는 이 밤도 울어야 하나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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