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기차가 도심 대기질 개선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내 전기차 고속충전소 인근에서 일반 도시 지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미세먼지(PM2.5)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최근 학술지 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LA 카운티 47개 도시에 걸쳐 위치한 약 50개 전기차 직류 고속충전소(DCFC) 주변의 대기질을 조사한 결과, PM2.5 농도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도시 배경 지역보다 현저히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충전소 주변에서 측정된 PM2.5 농도는 하루 평균 7.3 ~ 39.0 μg/m³로, 도시 배경 지역에서의 측정된 수치 범위(3.6~12.4㎍/㎥)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웨스트 할리우드(39㎍/㎥)와 산타 클라리타(34㎍/㎥)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좋은’ 대기질로 제시한 기준치(9㎍/㎥)를 최대 4배 넘는 수치가 관측됐다. 반면 산타모니카와 클레어몬트 지역의 수치는 각각 7.3㎍/㎥, 7.5㎍/㎥로 다소 낮았지만, 여전히 기준치를 근접하거나 초과해 주의를 요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UCLA 필딩 환경보건과학부의 마이클 제렛(Michael Jerrett)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누구에게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특히 기존 질환자나 민감군에게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며, “이 작은 입자들은 폐 깊숙이 침투해 혈류에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기차는 일반 가솔린 차량과 달리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연구진은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력 생산 및 충전 인프라 자체에서 오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충전소의 전력 캐비닛 내부에 설치된 직류 변환 장치나 냉각 팬이 먼지나 입자를 대기로 방출하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충전소의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내부 먼지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요인 역시 대기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차 인프라는 캘리포니아의 기후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진정한 건강 개선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충전소에서의 의도치 않은 배출도 함께 관리돼야 한다”며, “청정 교통수단이 진정으로 깨끗한 공기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전기차 전환의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환경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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