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매입가 2.3배 제안에도…몽골 광산 매각 기회 날린 석탄公

2025-10-20

대한석탄공사가 최초 매입가의 2.3배가 넘는 가격을 제안받고도 몽골 홋고르샤나가 탄광 매각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희망자가 빠른 계약 체결을 원했음에도 당시 경영진이 배임 우려 등을 사유로 절차를 지연시킨 탓이다. 9년째 개점 휴업 중인 홋고르샤나가 탄광은 자원 외교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20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지난해 5월께 중국계 자본으로부터 홋고르샤나가 탄광의 한국계 지분을 전량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매수자가 제시한 가격은 약 255억 원으로 2011년 당시 최초 매입가(109억 원)의 2.34배에 달했다. 매수자는 몽골 측 지분 매입에 도움을 주면 수십 억 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얹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실패한 자원 개발 사업을 좋은 조건에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매각 협의는 지지부진했다. 당시 경영진이 매수자 측을 제대로 만나주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매수자 측은 지난해 5월께 최소 2차례 의사결정권자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당시 경영진은 지분매각 관련 외부인과 접촉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수자로서는 석탄공사의 매각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홋고르샤나가는 2010년 석탄공사의 해외 자원개발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석탄공사는 엔알디, 선진 등과 ‘한몽에너지개발’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1000만 달러를 내고 홋고르샤나가 탄광 지분 51%를 매입했다. 매장량이 5억 4000만 톤에 달하고 130조 원 상당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몽골 최대 노천광산이라는 것이 당시 석탄공사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진행하려고 보니 홋고르샤나가 탄광은 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몽골 서북부에 위치해 도로·철도 인프라가 전무한 데다 근로자도 구하기 어려워서다. 이에 홋고르샤나가 탄광은 2016년부터 생산 중단에 돌입했고 석탄공사는 2022년부터 지분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2022년 한 용역 업체가 평가한 홋고르샤나가 지분 전체의 가치는 8억 7000만 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255억 원 규모의 매수 제안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업무 종료를 앞둔 석탄공사는 부채가 2조 4410억 원에 달하고 연간 이자비용만 874억 원에 달하는 등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는 255억 원 규모의 매수 제안 외에도 몽골·중국 자본의 매수 제안이 3건 더 들어왔다. 제안가는 120억 원에서 200억 원 사이로 2022년 지분 평가 가치는 물론 최초 매입가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악성 자산을 유리한 가격에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부실 자산 매각 기회를 날린 것”이라며 ”석탄공사 부채가 큰 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더욱 엄중하게 감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경영진이 매각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는 ‘주주 간 현안 선결’이었다. 홋고르샤나가 매각이 추진되기 전인 2018년, 석탄공사는 한몽에너지개발의 또 다른 주주인 비엘팜텍과 자산 매각시 배분 순위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당시 석탄공사가 비엘팜텍과 진행 중이던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자산 매각시 한몽에너지개발이 부담해야 할 구상금 채권 상환을 우선시한다는 불합리한 내용이었다. 해당 내용을 적용하면 단순 지분율로 계산했을 때와 비교해 석탄공사의 몫이 약 34억 원 줄어든다. 이 내용대로 매각을 진행할 경우 나중에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엘팜텍은 엔알디의 지분을 인수한 회사다.

이에 당시 경영진은 이사회에 수정된 매각 계획을 보고했다. 석탄공사가 지난해 7월 이사회에 보고한 최초 매각 계획에는 매각 협상 주간사를 선정한 뒤 주주사 간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매각 협상과 주주 간 협의를 동시에 진행해 속도를 높이는 구상이다. 그런데 8월 석탄공사 이사회에는 주주 간 협의를 마친 뒤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방식의 변경안이 보고됐다.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주주 간 협의를 먼저 해야 하니 매각 협상은 하염없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절차가 지연되는 동안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탓에 매수자들의 거래 의사는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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