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추진잠수함 한국 건조” 합의…K조선 위상 높아졌다

2025-11-14

한·미 양국이 한국에서 핵추진잠수함(원자력추진잠수함)을 건조하기로 합의하면서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4일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이 전제였다”며 “우리 원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가 한국에서 건조한다”고 직접 언급했다고 전했다.

조선업계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화는 “한·미 간 조선·안보 협력 강화 결정을 환영하며, 거제조선소 확장과 미국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를 통해 상선·해군함 건조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 역시 “정부 노력에 감사드리며, 이번 합의가 국내 조선업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한·미 조선 프로젝트 추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업계는 “인건비·자재비·납기 측면에서 한국 생산이 미국보다 경쟁력이 높다”며 협력 확대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미 원자력추진잠수함 플랫폼을 건조할 기반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한국은 1980년대 후반 독일 209급 잠수함 기술을 도입한 뒤 214급 기반 장보고-II급 9척을 자체 건조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 기술력을 확보했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전문 인력은 물론 대형 드라이독 등 원잠 플랫폼 제작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내부적으로 ‘보일러 프로젝트’라 불리는 원자력추진잠수함 기술 검증 프로그램을 가동해 원자로 탑재 구조와 운항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해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로 자체 기술은 미국 협력이 필요하지만, 플랫폼 건조 능력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업은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며 “설계만 확정되면 곧바로 건조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협력 확대는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를 넘어 미국 군함의 한국 건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미국 상선뿐 아니라 해군 함정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이 중국 견제와 전력 공백 문제로 공급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의 생산 능력은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현재 존스법·반스–톨레프슨법 등 자국 내 건조를 의무화한 규제로 인해 선박 공급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사가 플랫폼을 제작하고, 미국이 무장 체계·통합만 담당하는 분업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김명현 부산대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미국의 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조선업에 수십조 원대 신규 시장이 열리게 된다”며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협력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전략적 위상 역시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자력추진잠수함 플랫폼을 국내에서 건조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인증을 기반으로 캐나다·폴란드·호주·사우디 등 잠수함·해군함 도입국 사업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K-조선 원팀’을 구성해 해외 해군함·잠수함 수출 시장을 공동 공략하고 있다. 두 회사는 캐나다 60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12척 사업의 최종 후보로 남아 있으며, 폴란드·모로코·사우디 해군 사업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은 “원자력추진잠수함 한국 건조는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단순 상선 제조국을 넘어 ‘전략 자산 플랫폼 제작국’으로 격상됐다는 신호”라며 “한·미 조선 협력이 구조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