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찐리뷰] '혹성탈출' 현실판? 때리고 훔치고, 강아지 꼬리까지 자른 '신창원 원숭이'

2024-09-06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5일 방송된 '그놈을 잡아라! 401일의 탈주'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가수 토니안, 츄, 배우 송건희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그놈이 나타났다

때는 1998년 5월, 부산 초읍동에 있는 한 파출소야. 어느 밤늦은 시각, 신고 전화가 걸려왔어. 신고 전화를 한 건, 한 젊은 여성이었는데, '그놈'이 또 나타났다는 거야. 귀갓길에 그놈한테 봉변을 당할 뻔 했대. 벌써 며칠째 이런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경찰이 달려간 곳은 초읍동 43번지. 시내에서 좀 떨어진 백양산 자락에 있는 곳인데, 단독주택들이 많은 조용한 동네야. 서둘러 경찰이 출동했지만, 놈은 도망가고 없어. 피해 신고는 갈수록 늘어가는데, 번번이 허탕이야. 경찰도 동네 사람들도, 미칠 노릇이야.

"여기 이 지점입니다. 여자분들이 신고를 많이 합니다. 저리 저 뒷길이 있습니다. 한 밤 10시 정도 됐을 적에, 별로 인적이 좀 없을 때 그럴 때 자주 출몰합니다."

-당시 경찰

놈이 나타나기 시작한 게 어느덧 7개월째야. 그놈을 마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얘기해. "딱 마주쳤을 때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져요"라고. 그만큼 그놈은 무서운 존재야.

심지어 그놈은 문이 열려 있는 집안까지 무단으로 침입해서, 일가족을 놀라게 하기도 했어. 동네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그놈 이야기야. "꼭 잡았으면 좋겠다"면서. 답답한 마음에 현상금까지 걸겠다고 해.

"저깄다! 저기!"

주민들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대담하게도 멀리서 사람들을 지켜보던 그놈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어. 이제 '그놈'이 누군지 공개할게. 바로 이 녀석이야.

이 원숭이 한 마리가 온 마을을 공포에 떨게 한 거야. '꼬꼬무' 역사상, 사건의 범인이 사람이 아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꼬꼬무'는 이제껏, 국가폭력, 대형 참사, 희대의 살인마 등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뤄 왔잖아. 그런데 오늘 '꼬꼬무' 이야기는 장르가 달라.

하지만 긴박할 거야. 역대 가장 빠르고 종잡을 수 없는 상대가 범인이니까. 당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원숭이. 지금 잡으러 가볼게.

▲ 온 동네를 공포에 떨게 한 원숭이

이 녀석이 동네에 출몰하기 시작한 건 1997년 12월 겨울. 원숭이는 보통 동물원에서나 보잖아? 일상에서 원숭이를 마주칠 일은 없는데. 이 동네 사람들에겐 그게 일상이었어.

이 원숭이, 종류는 뭘까? 이 원숭이는 '히말라야 원숭이'야. 이름처럼 3,000m 높이의 고산지대에서 살 수 있을 만큼 추위에도 강해. 근데 히말라야 원숭이가 왜, 부산 산자락에 있는 동네에 나타나게 됐을까? 먼저, 이 원숭이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부터 알아볼게.

이른 아침, 이 녀석은 집집마다 문 앞에 배달된 신선한 우유를 꺼내 먹고, 그걸로 배가 안차면 슈퍼 앞에 놓인 두부에 손을 대.

"두부 많이 버렸어요. 물에 담가 놓으면 괜찮을까 해서… 이렇게 건져서 가져갔어요."

-슈퍼 주인

된장, 고추장 훔쳐 먹느라 장독대 깨는 일도 다반사야. 장독대 뚜껑을 못 열게 하려고, 그 위에 무거운 걸 올려놓아도, 쉽게 밀어내고 먹어 치워. 집 앞에 널어놓은 생선, 베란다에 숨겨놓은 과일, 채소까지, 이 녀석한테 이 동네는 뷔페 식당과 다름 없었어. 더 무서운 일도 있었어.

"저 위에 빌라에서는 밥상을 차려놨는데요. 원숭이가 그것을 먹고 있었나 봐요."

-동네 주민

밥상을 차려놓은 곳에 앉아 집주인처럼 밥을 먹고 있더라는 거야. 심지어 냉장고 문을 열고 '뭘 먹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대. 그 시절엔 문을 열어놓고 사는 집이 많았거든. 그런데를 들어와서 그러고 있는 거야. 게다가 길에서 갈취를 당한 피해자도 있었어.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걸 들고 갈 때면, 갑자기 나타나서 길을 딱 막고는,

"야! 내놔! 안 내놔? 너 원숭이한테 물려볼래?"

딱, 이런 느낌으로 위협을 한다는 거야. 물론 원숭이가 사람에게 치명적이고 위험한 동물은 아니야. 하지만 초읍동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 중의 골칫거리야.

"우리 집에는 거의 매일 오다시피 와서. 뒤에 뭐 야채 같은 거 가져가서 먹기도 하고. 원숭이가 보기에는 크게 무서운 것 같지 않아도 해코지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잡아야겠다 생각은 하는데 그게 워낙 잘 도망을 가 가지고 쉽게 잡지를 못하겠더라고요."

-박영희, 당시 마을 주민

▲ 히말라야 원숭이가 왜 부산에?

요즘이었다면 SNS가 이 원숭이 얘기로 난리가 났겠지? 그땐 신문에 작은 기사로 난 게 전부였어. 그런데 그 신문 기사를 유심히 보던 한 방송국 PD가 있었어. 바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1998년은 이 프로그램이 처음 생긴 해였어.

"기억이 너무 생생하죠. 그때 제가 이제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조연출 때였고 하니까. 그때 6회 방송이 나갔으니까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이 많이 알려지지 않을 때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인터넷으로 검색한 게 아니고, 그때 신문 자투리 기사를 보고 '일단 내려가 봐라, 순간 포착이니까. 원숭이 순간 포착해 봐라'고 해서 내려가게 된 거죠."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탈주원숭이 7개월째 '행패' 생포 방법 못찾아 전전긍긍"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S동물원을 탈출한 원숭이가 인근 100여 주택가를 돌아다니면서 배달 우유 훔쳐먹기, 장독 깨기, 텃밭 망치기 등 온갖 행패를 일삼아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당시 신문기사 中

알고 보니 이 문제의 원숭이는, 초읍동 바로 옆 동물원에서 탈출했다는 거야. 피디들은 동물원으로 찾아갔어. 거기서 뜻밖의 얘기를 듣게 돼.

"그게 원래 우리 동물원에 있던 아이가 아니고, 개인이 키우던 걸 기증받은 겁니다."

혹시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90년대' 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그땐, 사람만한 악어랑 한 이불 덮고 자는 아주머니, 옥상에서 사자랑 강아지랑 함께 키우는 아저씨도 있었어.

불법으로 동물을 키워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야. 개인이 원숭이 키우는 일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어. 그렇게 사람과 살던 원숭이가 동물원에 오게 된 거야.

이 녀석의 이름은 '치타'. 탈출 당시 5살이었어. 사람 손에서 자라선인지 치타는 탈출 후에도 주택가를 머물며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어. 무려 200일이 넘어가도록. 근데 어떻게 탈출했을까? 동물원 임시 케이지에서 사육장으로 옮기려던 그 순간에 철창문을 열고 탈출했대.

스스로 철창문을 열고 탈출했다? 오랫동안 원숭이를 다뤄 온 사육사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래. 원래 히말라야 원숭이들이 좀 똑똑하긴 하거든.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히말라야 원숭이를 훈련시킨 결과, 인간처럼 셈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선 0부터 9까지 아라비아 숫자를 인식하게 한 뒤 무엇이 더 큰지 알도록 훈련시켰다. 4개월 뒤 원숭이는 4와 5, 그리고 8이 있는 컴퓨터 화면을 보여줬을 때, 4와 5가 함께 있는 부분을 터치했다. 4와 5를 합한 것이 8보다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답률은 90%나 됐다."

▲ 신창원 원숭이의 악행

탈출한 원숭이는 히말라야 원숭이 중에서도 특출난 원숭이였어. 그래서 치타에게 붙여진 별명이 있었어. 도주에 있어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별명이 붙었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출귀몰의 대명사.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국내 유일의 탈옥수. '꼬꼬무'에서도 이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어. 바로 이 사람.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야. 초읍동 사람들에게 치타는 '신창원 원숭이'로 불렸어. 근데 신창원과 치타,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좀 있어.

우선, 시기야. 97년 1월, 강도치사죄로 복역 중이던 신창원은, 실톱으로 쇠창살을 자르고 환풍구를 통해 탈옥했어. 그리고 같은 해 11월, 치타 역시, 철창문을 스스로 열고 탈출했어. 두 번째는 장소야. 치타가 탈출한 곳은 부산 S동물원, 신창원이 탈옥한 곳은 부산 교도소야. 세 번째, 신창원과 치타 둘 다 탈출 이후 절도에, 폭행에, 온갖 범죄행각을 이어가. 마지막으로, 98년 중반까지 둘은 경찰의 추적에도 불구하고 붙잡히지 않고 있었어.

1998년 대부분의 국민들이 도주 중인 신창원 때문에 불안해할 때, 초읍동 주민들은 신창원 원숭이 때문에 더 불안해했어. 녀석의 범행은 말썽 피우고, 훔쳐먹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어. 작고 나이 어린 애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거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바로 얘야.

이름은 땡칠이.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견생을 보내고 있었어. 하지만 치타가 나타난 후, 아주 엉망이 됐어.

"강아지가 (원숭이한테) 못 덤벼요. 뺨을 때리고 이러거든요. 우리 작은 강아지는 화장실에서 몇 차례 맞았어요. 처음에는 그게 신기해서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철조망에 두 다리 걸치고 앞 다리만 내려가지고 (개 뺨을) 착착 때리고.. "

땡칠이는 치타에게 맞고, 심지어 꼬리까지 잘렸어. 땡칠이는 치타한테 별다른 저항도 못했어. 왜? 묶여 있었거든. 목줄 때문에 원숭이의 치고 빠지는 공격 앞에서 속수무책이야. 치타가 개밥을 뺏어 먹는 장면은 여러 집에서 목격됐어.

"집에 개 주려고 밥을 해 놓으면, 그 밥을 원숭이가 먹고 가려고 할 때, 주인이 뭐라고 하면 개 밥그릇을 머리에 쓰고 도망가요."

동네 분들도 처음엔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다가, 나중엔 점점 화가 나는 거야. 꼬리까지 자를 필요는 없잖아. 그러던 어느날, 신창원 원숭이 치타가 선을 넘고 말았어.

"막 꼬집어 뜯는 거라. 놀래서 심장이 벌렁벌렁거려."

치타가 사람까지 공격한 거야. 동네 할머니가 치타에게 물려 상처를 입었어.

"친구 어머니가 물리고 나서는 굉장히 좀 심각했죠. 제가 알기로는 친구 어머니가 처음으로 물린 걸로 알고 있거든요. 친구 어머니라고 하면 부모라 생각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꼭 잡아야 되겠다…"

-오우택, 당시 마을 주민

할머니는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동네 주민들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이러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은 점점 대담해져 갔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왔어. 그러다 달려드는 건 순간이야. 집집마다 아이들 단속이 더 심해졌어. 집에 있을 땐 문도 창문도 꼭꼭 잠가라, 밖에 나갈 땐 원숭이 있나 없나 잘 봐라, 그런 단속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신창원 원숭이 잡아야 해. 그런데 그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동물원 측이 경찰과 119구조대와 함께 몇 번이나 포획을 시도했지만, 털끝 하나 건드리질 못했어. 정말 신출귀몰한 녀석이야. 게다가 90년대엔 탈출한 동물들을 구하는 시스템이나 매뉴얼도 없고, 이렇다 할 장비와 전문인력도 없던 시기였어.

그때 누군가 "저희가 한번 잡아보겠습니다!"하고 나섰어. 바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이야.

"만약에 물리기라도 하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좀 잡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게 그 마을 사람들의 전반적인 의견들이었고. 그때 '잡자'라는 생각을 했었죠."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이제부턴 '순간포착' 제작진과 신창원 원숭이의 싸움이야.

▲ 신창원 원숭이를 잡아라

순간포착 제작진이 내민 첫 번째 카드는 바로 이거야.

떠먹는 요거트. 녀석이 이걸 제일 좋아한다는 거야. 심지어 껍데기에 묻은 거까지 싹싹 핥아 먹는대. 여기에 수면제를 타서, 이걸 먹고 원숭이가 스르륵 잠이 들기를 기대해 보는 거야.

하지만 만에 하나 녀석이 냄새만 맡고 먹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이것도 준비했어.

동물 생포시 사용하는 블로우건이라고 하는 거야. 바늘 끝에 마취약이 묻어있고, 입으로 불어서 맞추는 거야. 2000년 초반까지는 이걸 사용해서 동물 구조를 했어.

요거트는 치타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두고, 마취총은 원숭이가 탈출한 동물원의 사육사가 담당하기로 했어. 녀석은 잡혔을까?

제작진은 옥상에서 몸을 숨긴 채, 원숭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려. 하지만, 온종일 기다렸는데 결국 놈은 나타나지 않았어. 낌새를 눈치챈 걸까? 지능이 높으니까 멀리서 지켜보다가 도망간 걸까? 아니면, 요거트보다 좀 더 강력한 게 필요한 걸까? 그래서 이걸 준비했어.

삼겹살이야. 원숭이가 삼겹살을 먹을까? 동네 사람들 말로는, 환장한대. 얼마 전에도 사람들이 먹고 남긴 걸 싹~ 먹고 갔다는 거야. 이 삼겹살 냄새로 녀석을 유인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번에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수면제 요거트도, 삼겹살도 모두 실패야.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은 실패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어. "시커먼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있으니까 안 나타나지"라고.

"여자들이 있으면 도망 안 가고, 남자들이 오면 빨리 담 넘어가."

-동네 주민

그런데 제작진이며 동물원 관계자며 죄다 남자였던 거야. 아무리 몸을 숨긴다고 해도 그걸 모를 리 없다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발 쓰고 치마 입고, 제작진이 여장을 하기로 했어.

"원래 둘이 하기로 했어요. 저하고 선배랑 같이. 일단은 먼저 하는 걸 찍어야 된다고 해서, 제가 곱게 차려입고 했는데…선배는, 본인은 안 입겠다고… 원래 두 벌 챙겨갔거든요."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참고로 저 제작진은 해병대 출신이야. 근데 여장을 했어. 이 방법, 어땠을까? 또 실패야. 전혀 씨알도 안 먹혔어. 그냥 동네 사람들 웃음거리만 됐어.

제작진은 작전상 후퇴를 결정해. 그리고 백방으로 알아보고 준비한 끝에 몇 달 후, 비장의 카드를 들고 다시 부산으로 향했어. 어떤 카드였을까?

바로 원숭이를 오랜 시간 조련해 왔다는 전문가 서성원 씨와, 그의 수제자이자 오른팔인 용팔이가 이번 작전의 히든카드야.

"원숭이를 우리보다는 잘 알 거다. 패기도 있었고 반드시 잡겠다는 에너지도 있었고. 그래서 좀 '믿어보자' 했죠."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속거나 말거나, 일단 여장이 기본값이야. 그리고 서 씨는 전문가답게, 한 가지 기술을 더 구사했어. 목소리까지 위장해서 녀석을 부르는 거야. 아주 간드러지게.

그리고 그가 유인 장소로 선택한 건, 주택가가 아닌 야산. 아무래도 자기에게 유리한 공간이니, 좀 더 경계를 풀고 다가올 거라는 계산이야. 서 씨는 녀석이 자주 다닌다는 산속 길목에 먹을 걸 놓고 용팔이랑 같이 기다렸어. 이 방법은 성공했을까?

치타와 철조망 사이에 두고 마주한 서 씨. 그때 갑자기 서 씨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어. 거기서 서 씨는 남자 목소리로 통화를 했어. 그 모습을 빤히 보다가 유유히 사라지는 치타… 하필이면 그때, 휴대폰이 울려서 다 망했어. 용팔이는 이날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결국 몇 달간 준비해 온 작전도 실패로 돌아갔어. 근데 사실 치타는 히말라야 원숭이고 용팔이는 일본원숭이거든. 이렇게 종이 다른 원숭이는 관심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래.

"무슨 방법을 써야 할까? 딱히 없었어요. 왜냐하면 동물원에서 사육했던 분도 몇 번 내려오고, 저희하고 직접 작전도 한번 해보고. 원숭이를 잘 안다는 전문가가 원숭이를 데려왔는데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실패했고. 조금 막막했죠."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98년 6월부터 신창원 원숭이를 쫓기 시작한 '순간포착' 제작진은, 거의 매달 부산에 내려가서 원숭이의 동태를 살폈어. 동네 개들은 갈수록 야위어 가는데, 치타는 전보다 덩치도 커지고 점점 털에 윤기가 돌아.

그러는 사이, 꼬리가 잘렸던 땡칠이가 사라졌어. 스스로 집을 나간 건지, 치타가 줄을 풀어서 내쫓은 건지는 아무도 몰라.

▲ 최후의 방법

여름을 지나, 가을. 다시 겨울이 찾아오도록 상황은 여전해. 주민들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이 나기 시작해.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험한 얘기들이 튀어 나왔어.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생포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으니 이제 '사살' 밖에 방법이 없지 않냐는 거야. 가능한 시나리오긴 해. 치타가 사람한테 해가 된다고 판단된다면, 사살할 수 있어.

이건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된 동물 사진이야. 어떤 동물일 것 같아? 원숭이야. 2006년 청원군의 한 시골 마을에 나타난 원숭이는, 새벽에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를 공격했어. 알고 보니 인근 미술관에서 기르던 원숭이라는 거야. 누군가의 잘못으로 우리를 벗어난 이 원숭이는, 마을 곳곳에 출몰해 피해를 줬고, 탈출 일주일 만에 사살됐어. 그만큼 사람들은 불안하고 두려웠던 거겠지. 또 다른 원숭이의 사례도 있어.

2006년 동물원에서 탈출했던 가학산 원숭이. 먹이를 받아먹고 바로 공격하거나, 등산객들을 공격하고, 심지어 구조하러 온 수의사마저 공격했어. 이 가학산 원숭이, 결국 사살이 결정됐어. 원숭이를 유해조수(인간 생활에 피해를 주는 새나 짐승)로 인정하고 사살한 사례는, 적지 않아.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어.

혹시 이 사진 본 적 있어? 얼룩말 세로가 서울의 한 동물원을 탈출한 직후에 찍힌 사진이야. 세로는 부모를 잃은 뒤 이상 행동을 보이다 끝내 울타리를 넘어 버렸어. 그럼 이때 어떻게 대처했을까? 마취총을 쐈어. 전문 구조대가 출동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거야.

한번은 코끼리 여섯 마리가 탈출한 적도 있어. 퍼레이드 중이던 코끼리 중 한 마리가 뭔가에 놀라 날뛰자 다 같이 동물원 밖으로 이탈해 버린 거야. 동물원 주변 식당으로 돌진해 들어가는가 하면, 한 마리는 일반 주택의 대문을 부수고 들어갔어. 그 과정에서 일반 시민 한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어. 그런데 다행히 모두 무사히 구조돼 동물원으로 돌아갔어. 전문 조련사들이 조심히 다가가서 말과 손짓으로 진정시킨 거야. 만약 피해가 더 커지고 코끼리들의 통제불능 상태가 이어졌다면, 아마도 사살 결정이 내려졌을지 몰라.

그렇다면, 신창원 원숭이 치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1999년 2월. 그날이 찾아와. 신창원 원숭이가 동물원을 탈출한 지 꼭 400일이 되는 날, 초읍동 사람들은 결정을 내려. 근데 사살이 아니야. 다시 한번 원숭이를 생포해 보기로 한 거야. 이 결정, 전문가는 이례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해.

"전 처음에 이 사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냐면, '사람들이 참 착하구나'. 옛날에 그 당시만 해도 총포를 갖고 계신 분이 많았잖아요. 총 갖고 계신 분들 많았고 그런 면허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았을 텐데, 그분들이 마음 먹고 했으면 생각보다 금방 잡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안 하고 생각보다 원숭이를 잘 대해줘서 치타가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물면서 마치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이렇게 다녔던 걸로 봐서, 주민들이 처음에는 잘해줬던 것 같아요."

-허재원 박사, 국가영장류센터 센터장

아마 동네 사람들은 알았던 것 같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건, 치타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원래대로라면, 치타는 야생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불법적으로 포획되어 한국에 오게 된 거겠지. 어쩌면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인간들이야.

원래 원숭이는 인간에게 해로운 동물은 아니래. 혹시 혈액형 앞에 'Rh+', 'Rh-' 붙는 거 들어봤지? 위급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정보잖아? 이 Rh가 히말라야 원숭이의 영어명 Rhesus Monkey(레서스 몽키)의 앞 글자를 따 Rh가 된 거야. 이 Rh식 혈액형이 히말라야 원숭이를 이용한 혈청 실험을 통해 발견됐어. 우리와 비슷한 신체적 특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히말라야 원숭이들은 동물실험에 많이 이용돼. 신약 개발, 뇌과학, 감염병 연구 등 모두 인간의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위한 것이지. 그렇게 오랜 시간, 히말라야 원숭이들은 인간을 위해 희생당해 왔어. 어떻게 보면 우리 입장에선 고마운 존재지.

▲ 생포를 위한 마지막 작전

자, 이제 어떻게 해야해? 치타를 무사히 잘 구조해서 안전한 환경에서 지내게 해야지. 사실 마을 사람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순간포착' 제작진이었어. 꼭 생포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한 거야.

"그때가 2월이니까요. 아무래도 낙엽도 다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쉽게 더 볼 수 있겠다... 검거 작전을 다시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고 내려갔죠. 저희들은 각오가 남달랐죠. 이번에는 거의 '마지막이다' 라는 각오를 가지고 내려간 건 사실이죠."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제작진은 경찰과 119구조대의 협조를 구했고, 주민들까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창원 원숭이 생포 작전을 짰어. 작전에 참여하는 인원만 약 100여 명. 기회는 한 번 뿐, 실패하면 더 이상 대규모의 인력 투입은 불가능해. 119구조대원들의 의지도 남달라. 당시 구조대원 에이스, 김동희 소방관을 투입시켰어.

"저 같은 경우는 순간 동작이나, 순간 스피드라든가. 오르고 하는 게 조금 빨랐죠. 순발력은 젊은 사람보다 빠릅니다… 오소리, 고라니, 들개, 뱀, 말벌 등 시민이 불편한 사안을 신고하면 전부 다 출동하죠. 한번은 아파트에 새가 들어와서, 거기가 아파트라 저희가 포획 장비를 이용해서 못 잡았죠. 근데 저는 가서 뒤에 숨어있다가 제가 손으로 새를 잡았거든요. 제 기억에는 선배들이나 몇 분이 가서, 뭐 '원숭이 근처에도 못 갔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죠. 계속 이 상황이 반복되면, 계속 출동해야 하고 시민한테 피해를 끼치잖아요. 그래도 119인데 잡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했죠."

-김동희 소방위, 당시 119구조대원

과연 김 대원은 신창원 원숭이 생포 작전에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까?

멀리 원숭이가 나타나고, 카메라가 따라서 뛰어가면 훌쩍 지붕 위로 올라가서 도망가. 제작진이 골목으로 뛰어가고, 벽에 매달려 있던 원숭이는 구조대가 에워싸자 옥상 위로 올라가. 원숭이 따라 옥상을 넘어다니는 구조대. 원숭이가 지붕 위로 뛰면, 구조대원들도 옥상 위를 날아다녔어. 하지만 겨우 따라가면 멀리 뒤꽁무니만 보이는 거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

"우리도 한 1~2m는 점프해서 잡을 수 있는데 올라가서, 생각보다 빠르고 날렵했어요. 주택가에 나타났다가 우리가 가면 산에서 나타나고, 산에 가면 주택가에 나타나고. 농락당하면서 원숭이가 우리를 잡는 건지, 우리를 놀리는 건지, 그 정도로 '혹성 탈출이 진화했나' 정도까지 들었어요. 너무 똑똑해요 얘가."

-김동희 소방위, 당시 119구조대원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녀석이 알면서도, 한 번씩 모습을 드러냈어. 마치 놀리 듯이.

"약이 올라가지고. '이거 빨리 잡아야겠다' 그 생각만 했어요. 원숭이한테 머리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2월인데도 계속 뛰어다니니까 계속 더웠죠. 열이 나죠. 못 잡아서 열이 나고 화가 나서 열이 나고, 그런 거죠 계속."

-김동희 소방위, 당시 119구조대원

그렇게 오전 시간이 날아가 버렸어. 순간포착 제작진, 경찰, 구조대, 주민들까지 모두의 생각은 하나였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거.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사람들은 다시 머리를 맞댔어.

"저희가 작전을 짰죠. 이렇게 마구잡이로 따라다녀서는 안 되겠구나. 그래서 이제 팀을 나눈 것 같아요. 제 기억에 1팀 2팀 3팀 4팀 나눠서 구역을 나눴죠. 구역을 나눠서 발견하면 쫓아가고…"

-김동희 소방위, 당시 119구조대원

오후엔 더 많은 주민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어. 적극적으로 집 옥상이나 계단을 지키고 서서, 원숭이가 나타나는 즉시 알리는 역할을 하기로 한 거야. 그렇게 오전과는 사뭇 다른,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오후 작전이 시작돼. 녀석,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까?

모습을 드러냈어. 역시 대담해. 집들 사이에서 담을 타고 움직이는 원숭이. 담을 넘어 따라가는 구조대.

"그때는 겁도 없을 때였고 그러니까 엄청 뛰어다녔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렇게 뛰어다녔지? 단층이고 되게 위험하게 조그만 길을 훅훅 뛰어다니고.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그때, 어디선가 "잡았다!"라는 소리가 들렸어.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씩 포위망을 좁혀 가자, 조급해진 치타가 어느 집 마당으로 냅다 뛰어 들어갔어. 녀석이 그 집의 외부 화장실로 들어간 순간, 누군가 문을 닫은 거야. 이제 들어가서 잡아 나오기만 하면 돼.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돼. 그날, 김 대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비현실적이라 느낄 만큼 충격적이었어.

"뭐 웅성웅성하면서 '잡았다' 그러는 거예요. 안도를 했죠. '아 이제 드디어 잡히는구나 이제 철수하겠구나 쉬겠구나' 했는데... 그리고 고개를 탁 드니까, 재래식 화장실 벽에서 주먹이, 팔이 하나가 퍽 나오는 거예요. 자세히 보니까 사람 팔이 아니고 이게 털이 가득 있는 거예요."

-김동희 소방위, 당시 119구조대원

신창원 원숭이 치타가 갇혀있던 창문을 주먹으로 부수기 시작한 거야. 그걸 본 순간, 김 대원은 깨달았어. 날아다니는 새도, 사나운 들개도, 독을 가진 뱀도 잡아봤지만, '저건 다르다'는 걸.

잠시 후, 부서진 창문으로 녀석의 어깨가 나오더니 금세 머리가 쏙 빠져나와. 그리고 순식간에 다시 도망치기 시작해. 놀라서 그런지 스피드가 전과는 비교가 안돼. 김 대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먼저 움직였어. 1초 만에 담을 넘어 녀석이 있는 곳으로 거의 날다시피 뛰었어. 하지만 녀석을 놓쳤어. 그때부턴 신창원 원숭이와 김 대원의 초근접 추격전이 이어져. 근데 간발의 차이로 자꾸 놓치는 거야. 스피드나 점프력 모든 면에서 원숭이를 따라갈 수 없어. 그 순간, 김 대원과 치타의 눈이 마주쳤어.

"저하고 눈이 딱 마주쳤죠. 진짜 눈이 딱 마주쳤는데 아주 생동감 있었어요. 안 잡히겠다는 그런 자신감에 찬 눈빛이었죠. 덮쳤는데 아슬아슬하게 스쳤어요. 스치고 이렇게 바로 팍 튀어나가는 거예요. 와 그때는 이제 뭐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없어요. 그냥 뭐.. 사람의 어떤 걸 버리고 야수가 되는 거죠."

-김동희 소방위, 당시 119구조대원

그때 김 대원은 깨달았어. 사람은 원숭이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저 녀석을 잡으려면 '나도 원숭이가 돼야 한다'는 걸. 600만년 전, 인간과 원숭이가 구분이 되지 않던 시절, 우리는 하나였어. 같이 나무를 타고 초원을 뛰놀던 그 본능은, 아직 인간에게 남아있어. 김 대원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도약해. 그리고 그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어. 손 끝에.. 뭔가가 잡혔어! 바로 녀석의 발목이야. 장장 9시간에 걸친 마지막 생포의 순간이, 이번에 '꼬꼬무'에서 처음 밝혀진 거야.

"너무 기분 좋았어요. 그 심정은 잡아봐야 알아요."

-윤영휘, 당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이제 끝났구나. 이제 끝나고 철수했으니까, 안도감이 들었죠."

-김동희 소방위, 당시 구급대원

무려 1년 2개월, 총 401일의 도피생활이 끝났어. 구조대에게 양손 붙들려 나오는 치타는, 흡사 연행되어 가듯 체념한 모습이었어.

놀랍게도 치타가 생포된 1998년, 무려 900일이 넘도록 꼬리가 잡히지 않던 탈옥범 신창원도 극적으로 체포됐어. 왜 평행이론이란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두 탈옥수의 포토라인에서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야.

자, 무려 400일이 넘게 한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창원 원숭이의 도피 행각은 이렇게 끝이 났어. 이후에 치타는 어떻게 됐을까?

▲ 동물원에 돌아간 후...

치타는 원래 있던 부산의 동물원으로 돌아갔어. 치타는 사육장에서 왕노릇하며 아주 잘 지냈대. 사실 신창원 원숭이 사건의 후유증은 초읍동 사람들이 더 겪었어.

"좀 시원섭섭해요. 그래도 걔가 있어서 우리 동네가 얼마나 재밌었다고."

"가고 난 다음날에는 섭섭하더라고요."

1년 넘게 매일같이 나타나던 녀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나니, 시원섭섭했던 거야.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마을 사람들은 틈만 나면 원숭이에 대한 기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대.

시간이 흘러 치타가 검거되고 8년이 지났을 무렵, 아주 찐한 추억을 간직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이 동물원으로 다시 치타를 찾아갔어. 근데 굉장히 뜻밖의 모습이었대.

치타가 엄마가 된 거야. 사실 치타는 암컷이었어. 그렇게 강아지들 두들겨 패던 녀석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모성애로 동물원에 소문날 정도였대.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지?

그런데 놀라운 얘기가 하나 더 있어. 치타가 새끼를 출산하고 얼마 후, 동물원에서 또 원숭이 탈출 사건이 벌어진 거야. 누가 탈출했을까?

치타의 새끼 원숭이. 다행히 엄마 품으로 다시 돌아오긴 했는데, 사육사들 간담이 서늘했대. 제2의 신창원 원숭이 사태가 벌어질까봐. 사람이나 원숭이나 DNA는 못 속이나 봐.

그리고 지난 2015년, 치타는 동물원에서 천수를 누리다가 20년의 생을 마쳤다고 해. 다행히, 편안한 삶이었대.

히말라야 원숭이는 사람이랑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했잖아. 사람들은 점점 나이를 들면서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치타는 어땠을까? 초읍동에서의 400일은 어떤 기억이었을까?

아까 언급했던 '가학산 원숭이' 기억나? 사살 결정이 났던 원숭이. 그런데 사살되기 직전에, 구조팀이 생포에 성공했어.

하지만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죽임을 당한 사례는 아주 많아.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 동물들이 탈출하는 이유는 하나야. 사람들의 관리 실수. 울타리가 낮거나, 문을 잠시 열어 두었거나, 낙후된 시설을 방치해서. 동물들과 인간이 더 나은 방법으로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더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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