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 속 치과계 국제교류 ‘경고등’

2025-10-22

정부가 최근 납치·감금 피해가 급증한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하면서, 현지와 긴밀히 소통해오던 국내 치과계의 국제 교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교류 지속 여부를 놓고 복합적 판단을 요구받고 있는 것인데, 일부 봉사단체들은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반면, 학술대회 등 학문적 교류는 안전조치와 동선 통제를 전제로 ‘신중 지속’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릴 제18차 ‘세계 마이크로-임플란트 앵커리지 학술대회(WMIA)’는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올해는 캄보디아치과의사회와 경북치대가 공동 주최하며 한국 연자들이 다수 초청된 상태다.

연자로 나서는 성장원 원장(전 대구지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여행경보가 상향됐지만, 타 국가는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고, 주축인 우리나라 연자가 불참하면 행사 자체가 취소될 상황이라 아직 불참 계획은 없다”며 “여가활동이 아닌 업무상 출장은 가능한 상황이니 긴급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학술 교류는 가능한 범위”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현종 APDF(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연맹) 치과공중보건위원장도 “캄보디아는 아시아권에서 성장세가 도드라진 시장으로, 연자 초청과 협회 교류가 활발했다”면서 “공식 일정에 현지 협회가 동행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하므로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개인 단독 이동만 자제하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나승목 APDF 부회장은 “학술 교류는 대도시 중심의 공식행사 위주라 진행 여지가 있으나, 농촌·접경지에서의 봉사는 당분간 보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번 사태는 범죄조직 이슈이지 캄보디아 치과계나 국민의 문제가 아닌 만큼, 신뢰와 연대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 격오지 위주 봉사 현장 우려 커

반면 수도 프놈펜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학술 교류와 달리, 국경지대나 격오지 위주로 활동하는 봉사 현장에서는 제동이 걸렸다. 일부 단체에서는 대체 지역 모색 또는 비대면 협력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시엠립 ‘수원마을’에서 의료봉사를 이어온 수원시치과의사회(이하 수원분회)는 11월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민봉기 수원분회 회장은 “지자체와 함께 취약지역을 지원해왔지만, 여행금지 조치에 따라 공식적으로 취소됐다”며 “봉사는 연고처럼 나눠서 골고루 발라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건이 안 돼 마음이 아프고, 얼른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등에서 구순구개열 무료 수술봉사를 해온 일웅구순구개열의료봉사회(이하 일웅봉사회)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진영 일웅봉사회 이사장은 “5년간 캄보디아 군병원에서 수술봉사를 이어왔지만, 당분간은 조심하자는 분위기”라며 “올해는 베트남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2월부터 운항 예정이던 한국·시엠립 전세기 운항이 여행금지 조치 이후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것도 봉사 활동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캄보디아 반테이민체이주에 개소한 ‘전라북도 치과진료소’를 중심으로 꾸준히 봉사를 이어온 양춘호 전북지부 부회장(전북 해외치과의료봉사단장)은 “현재 항공편은 베트남을 경유해 왕복 20시간이 걸릴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다”며 “내년 2월 예정된 봉사 일정도 단원들의 의지와 정부 방침을 존중해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치과계는 이번 사태를 외교·치안 변수로만 보지 않고, 국제교류 거버넌스와 안전관리 체계를 재점검할 기회로 보고 있다. 학술은 공식 초청 측과의 단체 동행, 동선 최소화, 야간 외출 자제 등 안전 원칙을 강화하고, 봉사는 취약지역 보류, 현지 파트너 신뢰도 강화, 비상연락망 재구성 등으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교류의 전면 중단이 아니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범죄 사건이 곧 국가나 의료계 전반의 문제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장기간 쌓아온 상호 신뢰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성장원 원장은 “많은 캄보디아 치과의사들이 국내 단체와 대학에 유학·연수 등 깊고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국적 범죄단체에 의해 발생한 이번 사태가 캄보디아 국민이나 치과의사단체, 치과의사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선입견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승목 부회장은 “캄보디아 치과계는 한국과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고, GAMEX 등 최근 국내 치과계 행사에도 캄보디아 대표단이 방한한 바 있다”며 “현지 치과의사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과의 교류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김현종 위원장은 “현지 분들도 자정 노력을 강화해 위축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현지와 긴밀히 연락해 동선 등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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