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론에 올라타 사전투표 폐지 추진, 국힘 공당 맞나

2025-03-04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사전투표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당론 추진 여부를 논의한다고 한다. 한국의 사전투표제가 하락하던 투표율을 반전시킨 선거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울 법안을 내놓다니 국민의힘은 민주국가의 공당임을 망각한 것인가. 12·3 비상계엄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허우적대더니 멀쩡하게 작동해온 제도를 탓하며 망동의 책임을 물타기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장 의원은 이날 법안 발의 회견을 열고 “제도 결함과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부실까지 더해져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은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금·토·일요일로 옮겨 사흘간 치르자고 했다. 하지만 사전투표가 투표율을 높인 것은 기간도 있지만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편의성 때문이다. 이를 도외시한 채 기간만 연사흘로 늘리면 연휴 효과로 오히려 투표율이 하락할 우려도 크다.

폐지론자들은 제도의 결함을 주장하지만, 사전투표제에서 지금까지 근거가 될 만한 하자는 확인된 바 없다. 대표적인 게 본투표까지 일주일 동안 대형 이슈가 발생할 경우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이는 유권자 의식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전투표 참여 유권자들은 이미 표심을 결정한 상태에서 투표장을 찾게 마련이다. 장 의원은 회견에서 엉뚱하게 선관위의 부정채용 의혹과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를 배제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문제 삼았다.

사전투표제는 전국단위 선거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투표율 제고 효과를 증명해왔다. 총선을 기준으로 보면 2008년(18대 총선) 46.1%까지 떨어졌던 투표율이 58.0%(2016년 20대 총선), 66.2%(21대), 67.0%(22대)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31.3%로, 사전투표와 본투표 비율이 5 대 5에 가까웠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제도를 보완·발전시키기는커녕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의 근본조차 몰각한 처사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사전투표제를 채택한 데서 보듯, 투표 편의성을 높여 유권자 참여를 늘리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통합선거인명부 도입으로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우리 사전투표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하다. 그럼에도 끝내 국민의힘이 폐지에 매달린다면 다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투표율이 높으면 국민의힘에 불리하기라도 한 것인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우려는 의도라면 더 유권자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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