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성증권 찍는 증권사…부동산 침체에 건전성 확보 ‘최우선’

2024-09-13

PF시장 위축 여파에 건정성 지표 끌어올리기 ‘박차’

NCR 하락한 메리츠證 1500억 영구채 직접 공모

하나·SK·다올證 공사모 후순위채로 리스크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특화됐던 증권사들이 최근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한 리스크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관리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자본을 확충하는 동시에 자본 적정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며 채권처럼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들은 NCR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로 영구채 발행을 활용하고 있다. NCR은 증권사 위험대응 역량을 나타내는 대표 건전성 지표로 500%선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으면 적정 수준으로 본다. 이익이나 자기자본이 증가하면 NCR 수치는 개선된다.

메리츠증권이 이달 직접 공모 방식을 통한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도 NCR 관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6월말 기준 순자본비율(NCR)은 1136.4%로 전년 동기 대비 857.7% 포인트 하락했다. NCR 수치만 놓고 보면 업계 상위권이지만 대형사인 미래에셋증권(2651.9%)·한국투자증권(2341.2)·NH투자증권(1913.3%)·KB증권(1667.4%)·삼성증권(1627.9%) 등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IB)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가진 증권사다. 지난해부터 관련 충당금을 쌓으면서 NCR이 떨어진 상태로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도 지난 5일 25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직접 공모를 통해 발행하면서 NCR 지표 개선을 꾀했다.

하나증권 역시 6월말 기준 NCR이 1271.81%로 업계 상위권에 속하지만 순자본비율을 더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조달을 선택했다. 그간 해외 대체투자와 PF에 집중해온 하나증권도 선제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후순위채는 신종증권과 마찬가지로 NCR 산정 때 영업용순자본에 포함된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으로 인정되지만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구분돼 시간이 흐르면 자본 인정 비율이 줄어든다. 대신 후순위채가 신종자본증권보다는 조달 금리가 낮아 발행사 입장에선 이자 부담이 더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후순위채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SK증권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A’와 ‘A2+’에서 ‘A-’와 ‘A2’로 각각 조정했고 다올투자증권의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상반기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는데 모두 PF 침체 여파가 건전성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SK증권은 최근 총 180억원어치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다올투자증권도 사모 후순위채 200억원어치를 찍으면서 관리에 나섰다.

업계에선 당분간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고금리 막차 타기 열풍이 이어지면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자본성증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권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자본성증권의 고금리 매력이 부각되는 구간”이라며 “시장금리 레벨이 낮아진 만큼 동일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자본성 증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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