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재판 갈 때 제일 좋았다” 천준호, 이재명 앞 ‘폭탄 발언’

2025-08-03

이재명의 사람들

“빨리 구급차 불러요, 빨리!”

반사적으로 상처를 누른 손바닥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급히 손수건을 댔다. ‘제발, 제발…!’ 의사가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지혈이 급선무였다.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힘든 줄도 모르고 안간힘을 썼다.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손수건과 두 손을 적신 피가 그의 옷 소매로 배어들고 있었다.

천준호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2024년 1월 2일 부산에서 피습됐을 때 옆에 있었다. 같은 힘으로 40분가량을 꾸준히 지혈해 이 대통령의 ‘천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천 의원은 지난달 31일 펴낸 책 『이재명의 기록』에 “만일 경동맥이 찔렸고 이때 5분 안에 지혈하지 못했다면 그 후에 어떻게 됐을지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적었다. 의식이 돌아온 이 대통령의 첫마디는 “집에 괜찮다고 말해 주세요”였다고 한다. 응급처치 후 병원 동행과 전원 결정을 함께한 그는 피습 전후 정황을 책에 상세히 공개했다.

비단 피습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 단식투쟁과 체포동의안 표결, 비상계엄에 이은 전직 대통령 탄핵까지. 천 의원은 유달리 굴곡졌던 이 대통령의 최근 3년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이재명 체제 민주당에서 대표 비서실장 2년, 전략기획위원장 1년을 지낸 물리적 최측근이었다. 사선(死線)을 함께 넘나든 모든 순간이 아득해서였을까.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천 의원은 오랫동안 강도 높은 ‘정서 전염’ 증상을 겪었다고 했다.

정서 전염은 가까운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한 경우, 상대의 고통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의 과다 분비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자연스레 같은 고통을 겪는다. 동거 가족 간 우울·불안 전염 등 서구를 중심으로 관련 논문이 여럿 발표됐다. 2014년 독일에서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TV를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코르티솔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천 의원은 ‘이재명의 남자’로 보낸 3년을 회상하며 “대표에게 뭐가 필요하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숨 쉬듯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그런 밀착 관계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2022년 8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주차장. 초선이던 천 의원은 전당대회 개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잠시 차에서 쉬고 있었다. 어딘지 몸이 피곤하고 열이 나는 듯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코로나 감염이었다. 집에 일찍 들어가 쉬어야겠다 생각한 순간 전대 승리를 감지한 이 대통령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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