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산불 피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대거 제출됐다. 재난에 대한 관심이 금세 휘발됐던 전례에 비춰볼 때 필요한 법 개정을 위해선 속도감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조기 대선 채비에 들어간 점은 변수다.
3월 하순 영남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 속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다. 그 뒤로 국회에선 같은 재앙을 막자는 취지의 법안이 정당을 가리지 않고 발의됐다.
특히 ‘산림보호법’에서 산림재난 관련 내용만을 분리해 만든 ‘산림재난방지법’은 내년 2월 시행도 해보기 전에 8건의 개정안이 쏟아졌다.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임차 헬기에 대한 정부 지원 의무화 ▲기령 등 산림항공기 운영·관리에 필요한 사항 법제화 ▲산림청에 산림항공기 정비 인력·시설·장비 확보 계획 수립 의무 부여 ▲산불 대응 업무 종사자에게 필요한 경비 지원 근거 마련 ▲실화자에 대한 벌칙조항 강화 ▲산림재난당국과 소방청의 협조 체계 강화 ▲위험상황에서 산불 진화 작업 중지 법제화 ▲광역단위 산불 진화 때 발생한 산불 진화 인력 피해는 광역지자체가 보상 등의 내용이 법안에 담겼다. 산불 피해를 막고 대응을 고도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얘기되는 내용들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법안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논의될지다. 자연·사회 재난 관련 법안은 재난이 발생한 시점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이후 다른 이슈가 생겼을 때 동력을 급격히 잃어버리곤 했다.
수해가 대표적이다. 매해 여름철 물난리가 날 때마다 피해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면서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선 논의가 들끓었다가 우기가 지나면 별다른 성과도 없이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길 반복해왔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산불 역시 국정감사 때마다 제도 보완 요구가 나오지만 매해 말로만 그쳤다”면서 “이번에도 산불 취약 시기가 지나면 제도개선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대선 정국도 법 개정엔 불리할 수 있다. 정치권이 최장 60일이라는 초단기 대선 레이스에 집중하는 사이 국회의 법안심사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른바 ‘산불피해지원특별법’도 국민의힘이 여당 지위를 잃으면서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