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라니'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60대 아내는 숨지고, '무면허' 10대는 또 달린다 [이슈, 풀어주리]

2025-11-02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법원이 무면허로 사람을 숨지게 한 10대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해 6월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전동 킥보드를 몰다 사고로 60대 부부 중 아내를 숨지게 한 고등학생 A양에게 금고 장기 8개월·단기 6개월의 실형과 벌금 20만 원을 선고했다.

A양은 친구와 킥보드 한 대를 함께 타고 주행하다가 산책 중이던 부부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했고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형 선고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특히 “자전거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A양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면허 운전·제한속도 초과·2인 동승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킥라니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절반이 10대 무면허?

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는 미성년자들의 무면허 운전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개정(2021년)에 따라 PM 운전 시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위반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PM 무면허 운전 3만 5382건 중 19세 이하 청소년이 1만 9513건(55.1%)으로 절반을 넘었다. 10대 무면허 적발 건수는 2021년 3300건에서 2023년 1만 7889건으로 세 배 이상 폭증했다.

또한 지난해 발생한 PM 뺑소니 운전 147건 중에서도 82건(55.8%)이 10대 운전자의 범행이었다. 인천 송도에서는 무면허 중학생 2명이 몰던 킥보드에 아기를 지키려던 30대 여성이 치여 중태에 빠지는가 하면,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무면허 중학생이 산책 중이던 강아지를 들이받아 다치게 하는 사고도 있었다.

‘나중에 하기’ 눌렀더니 바로 출발…플랫폼 인증 구멍

청소년 무면허 운전이 급증하는 이유로는 PM 대여 플랫폼의 허술한 인증 절차가 꼽힌다. 일부 청소년은 부모나 형제의 신분증을 이용해 회원 가입을 하거나, 면허 인증 절차를 ‘나중에 하기’로 건너뛸 수 있는 구조를 악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PM 대여업체가 이용자의 면허 보유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할 조항이 없어, 업체들이 사실상 ‘무면허 운전 방조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 편의성만 강조한 채, 청소년 보호와 안전 의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이다.

“재밌으니까 괜찮아”…놀이로 변한 10대들의 킥보드 문화

이러한 문제에도 청소년들이 킥보드를 타는 이유는 이미 그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교통수단이라기보다 ‘놀이도구’로 인식되다 보니, 안전수칙이나 법규를 가볍게 여기기 쉽다.

일부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를 타거나, 헬멧 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등 위험한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유행하는 ‘픽시 자전거’도 비슷한 현상이다. 픽시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로 제동거리가 길어 사고 위험이 크지만, ‘스릴 있다’, ‘멋있다’는 이유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이하 청소년의 자전거 교통사고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PM 전용면허’ 표류…안전관리 공백 여전

일부 지역에서는 단속 강화 움직임도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는 지난 5월부터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돼 주차·운행이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일부 시범 구역에 그칠 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여전히 무면허 운전이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대에도 공유 킥보드가 여전히 주차돼 있어,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속 또한 일시적 캠페인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경찰 관계자들은 “3만~6만 원의 범칙금 부과 외에는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고 토로했다. 단속 역시 일시적 캠페인 수준에 그쳐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PM 안전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대여업체에 면허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 7건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찰이 추진하던 ‘PM 전용면허’ 도입 논의도 멈춰 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PM 안전관리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국회의 관련 법안 조속 처리 △플랫폼 업체의 면허 인증 시스템 의무화 및 기술적 책임 강화 △이용자의 교통 법규 준수 의식 제고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법원이 10대 무면허 운전자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사고의 법적 책임이 한층 무겁게 다뤄지는 만큼 ‘편의’라는 명목으로 ‘안전’을 희생시키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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