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에너지가 고려아연(010130)이 보유한 ㈜한화 지분 7.25%를 인수한다.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실탄'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평가받는 한화가 간접적으로나마 고려아연을 돕는 모양새다.
한화에너지는 6일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 543만 6380주(7.25%)를 주당 2만795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 1519억 원 규모로 거래가격은 최근 30일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한화 관계자는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지분을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분 거래는 한화에너지와 고려아연 간 상호 협의에 따른 것으로, 양사는 이번 거래가 두 회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번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자사주를 늘리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이날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며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시도에 제동을 건 가운데 고려아연은 표 대결을 위한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와 한화임팩트 등이 갖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7.75%를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한화 관계자는 "친환경에너지 분야 사업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관 한화 그룹 부회장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지분과 사업협력 유지 통해 위기를 맞은 최 회장을 간접 지원하는 방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화에너지는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한화 지분율을 14.90%에서 22.16%로 끌어올리게 됐다.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을 비롯해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김동관 50%, 김동원·김동선 각 25%씩)를 보유한 회사다. 현재 지주사 격인 ㈜한화의 최대주주는 지분 22.65%를 가진 김 회장인데, 세 아들의 지분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재계에서는 3형제가 ㈜한화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한 발 더 다가가면서 승계작업도 순항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