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최진영 첫 산문집…"편지 통해 독자와 마음 나누고파"

2024-10-22

"편지를 쓴다는 행위는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그 마음이 소설을 쓰는 마음과도 비슷하고요. 누구에게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을 저는 소설에 쓰거든요. 어쩌면 그것이 편지를 쓰는 마음이 아닐지…독서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마음을 나누니까요."

등단 18년 차 소설가인 최진영(43) 작가는 산문집을 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가 펴낸 『어떤 비밀』(난다)은 경칩에서 우수까지 24절기에 맞춰 띄운 편지에 산문을 덧붙여 엮은 책이다.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그린 소설 『구의 증명』이 15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산문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작가는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산문집을 편지 형식으로 엮은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제주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배우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카페 손님들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산문집의 시작이 됐다고 했다.

"카페에 오시는 분들께 제가 할 수 있는 게 글 쓰는 일 뿐이라…커피를 볶고 내리는 건 제가 할 수 없으니까 짧은 글이나마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분들이 느린 독서를 하길 바라면서 썼어요. 절기를 생각한다는 건 계절과 세상을 둘러보는 일이잖아요."

책에는 등단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작가의 성장기가 담겼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의 편지는 작가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단짝 친구는 될 수 없지만//젊은 엄마와 나이든 딸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산과 들은 푸르고 따뜻한 바람./바다는 언제나 그곳에 있으므로//젊고 예쁜 엄마의 여름날입니다."

첫눈이 내린다는 의미의 절기 소설(小雪)에는 단편 투고에 실패하고 처음으로 장편을 쓰는 스물여덟의 작가가 등장한다. 그에게 소설은 "현실의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주문"이다.

"그때 내가 좀 아팠어. 서운했어. 사실은 내가 널 사랑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독자들은 내가 소설에 숨겨둔 진심을 '숨은 그림찾기 고수'처럼 찾아낸다. 그리고 내게 속삭인다. 있잖아,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 있어."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자신에게 어떤 사건으로 다가왔는지도 전했다.

최진영은 "한강 선생님의 수상은 정말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서 너무 놀라운 한편 놀라운 충격이 굉장히 오래갔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때로는 한국 사회 내에서도 소외되거나 부정당하는 역사와 지역의 이야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이라고 표현했다.

"소설가로서는 이제부터 그런 지역성을 (작품에 녹이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어로 글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된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국어 쓰는 사람들에게 이번 수상은 엄청난 응원이자 격려입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