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간담회 전 건의사항 내라"…금투업계 '당혹·눈치보기'

2025-09-04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들이 8일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과의 상견례를 앞두고 기대감과 혼선이 교차하고 있다. 금감원이 참석사에 공문을 보내 “건의 사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실질적 논의가 가능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사 15곳, 자산운용사 10곳을 대상으로 간담회 관련 문서를 전달했다. 문서에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자본시장 활성화’ 두 가지가 주요 의제로 굵게 적혀 있었고 그 아래 ‘업계 의견 청취’ 항목은 작은 글씨로 기재됐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 당국의 최우선 가치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웠다. 이번 증권·운용 업계의 만남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불완전판매 방지, 신성장 분야에 모험 자본 공급 등을 요구하는 발언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전임 원장들은 발언을 미리 준비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사전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점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운용사들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건의 사항을 준비하고 있다. 한 운용사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사모펀드 직접투자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401k)에 사모펀드와 사모투자(PE)까지 편입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또 다른 운용사는 공모펀드 가입 절차 간소화와 타깃데이트펀드(TDF) 상장지수펀드(ETF)의 퇴직연금 편입 지속 허용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밖에 운용사들은 금융소비자 보호,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호응하면서 증시 활성화와 세제 개편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대형 증권사들은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종합투자계좌(IMA) 지정과 발행어음 인가 심사 등 당장 업황에 직결되는 현안이 걸려 있어 공개적으로 건의 사항을 꺼내기 어렵다. IMA 인가 심사 대상인 한 증권사는 건의 제출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 중이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아예 별도 의견 없이 분위기를 살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첫 만남에서는 보통 당국 방침을 경청하고 간단히 의견을 보태는 수준인데 이번에는 사전에 안을 내라고 하니 섣불리 강한 메시지를 꺼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간담회가 업계 목소리를 적극 수렴하기보다는 새 원장이 소통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권과 금감원장의 첫 대면 자리는 대체로 당국이 큰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업계가 이에 호응하면서 분위기를 살피는 성격이 강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실질적 논의보다는 요식행위나 생색내기에 머물 공산이 크다”며 “업계도 강한 건의보다는 눈치 보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