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이 해외 사업체 인수에 이어 외국인 임원까지 영입하며 해양플랜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전환 속도 조절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산업이 활성화되는 분위기에서 공격적으로 '리빌딩'에 나선 모양새다. 2010년 조 단위의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뒤 사실상 손을 뗐던 분야인 만큼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해양사업부에 잇달아 세 명의 외국인 임원을 영입했다. 세계적인 해양플랜트 업체 SBM 출신인 30년 경력의 시릴 뒤프레 상무, 머스크 서플라이 서비스 등에서 석유∙가스 사업을 담당한 라파엘 토메 상무, 전 세계 2위 해양플랜트 업체인 테크닙FMC 등을 거친 서린더 파와르 상무 등이다. 뒤프레 상무는 해양사업부의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책임자로 일할 예정이다. 토메와 파와르 상무는 각각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FPSO와 FLNG는 해양플랜트 설비의 대표적 시설이다. 해양에서 원유와 LNG를 생산∙저장한 뒤 배에 옮겨싣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한때 한국은 FPSO와 FLNG는 물론 시추선인 드릴쉽 기술까지 앞섰던 해양플랜트 사업의 선두주자였다.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329180)(당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3사가 나서 수주 경쟁을 벌였다. 한화오션은 FLNG를 세계 최초로 건조하고 2012년 104억7000만 달러(약 14조2700억 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시설 14기를 수주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유가 급락하면서 관련 산업은 급속히 악화됐다. 배를 맡긴 선주들은 여러 핑계를 대며 배 인도를 피했고 계약 파기와 철회가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에만 4조5000억 원, 현대중공업은 2014~2015년 2년간 4조8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업 전체가 휘청였고 조선사들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다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전력 부족 등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하고 LNG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83기의 FPSO 발주되는 등 해양플랜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조선사 중에선 한화오션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싱가포르의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제조업체인 다이나맥홀딩스에 대한 공개매수에도 나섰다. 다이나맥홀딩스는 FPSO와 FLNG에 들어가는 핵심제품에 대한 건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경영권 확보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해양플랜트의 하부 구조물을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며 "인수에 성공하면 싱가포르에서 상부 구조물을 만든 뒤 거제사업장으로 가져와 완전체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다이나맥의 지분 24%를 확보한 한화오션은 14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대비 11.7% 인상하며 경영권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FPSO와 FLNG은 1척에 3조 원가량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라며 “한화오션의 '재도전'이 성공할 경우 상선∙특수선∙해양플랜트로 이어지는 막대한 수익성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