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체수가 농가수보다 많은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농업경영체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농업·농촌 관련 정책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농업경영 정보를 등록한 농업인을 뜻한다. 농업경영체로 등록되면 공익직접지불금, 농업용 면세유,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농업인 감면, 8년 이상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100% 면제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영농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데다 다양한 혜택이 있다보니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농업인은 농업경영체 등록에 적극 참여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rix)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 전국적으로 등록된 농업경영체수는 182만3406개에 달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확인되는 최초 시점인 2015년의 158만9759개보다 15% 늘어난 수치다. 반면 농림어업조사 결과 농가수는 2024년말 기준 97만3707가구로, 2015년 108만8518가구보다 11% 감소했다. 즉 농가수는 감소하는 데 반해 농업경영체수는 계속 늘어나 지난 10년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단일 농가가 여러개의 농업경영체로 등록했거나 실질적인 생산활동이 없는 ‘명목상 농업경영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농가인구의 초초고령화로 인해 실제 경작하지 않는 등록자수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소농직불제의 시행으로 가족간의 소유 분리나 위탁경영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등록된 농업경영체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정책 설계 자체도 부실화되고 예산 낭비가 심해져 그 피해는 성실하게 땀 흘려 농사짓는 농민들과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나서야 한다. 각종 정책과 지원사업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농업경영체 등록요건 강화는 물론, 정보 갱신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실제 경작이나 생산활동 여부를 기초로 농업경영체를 관리하고, 중복 등록 방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농업경영체 등록이 농가 지원 수단을 넘어서 농가경영의 건전화와 농지보전·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 수립을 앞둔 가운데, 지금이야말로 농업경영체 정비를 위한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