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대표 선수 K9 자주포, 동유럽 이어 서유럽 개척하나[이현호의 밀리터리!톡]

2025-12-16

러시아와 3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지난 3일(현지 시간) ‘한국 K9, 유럽 정복’이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K9 자주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핵심 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고 높게 평가해 국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매체는 “국산화 조건을 제시한 한국산 K9 자주포가 매우 유리하다”며 스페인의 ‘포병 현대화 사업’에 한국의 K9 자주포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치켜세웠다.

스페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육군은 최근 50년 가까이 사용해온 포병 장비를 전면 교체하기 위한 대규모 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1970년대 미국에서 들여온 구형 무기로 현재 주력 장비인 M109A5 자주포 96문과 자국산 155㎜ 견인포 84문, 영국산 L118 견인포 56문 등을 운용 중이지만 모두 구식이라서 현대전에 대응하기엔 절대적 열세에 있어 대대적인 포병 교체 사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스페인 군사전문 매체 인포디펜사에 따르면 이 사업 규모는 최대 45억1600만 유로(약 7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자주포 214문과 탄약 운반 차량 등 육군 및 해병대 공급될 예정이다. 스페인 현지 방산기업 인드라와 EM&E 등이 주도해 진행한다. 당초 145대의 자주포와 36문 정도 등의 견인포를 계획했지만 장륜형 자주포 86대와 장궤형 자주포 128대 도입 등을 확정해 유럽 최대 규모의 포병 현대화 사업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장륜형 자주포 86대와 함께 탄약 보급 차량 86대, 회수 차량 14대, 전용 정비 차량 14대 등을 도입한다. 아울러 장궤 자주포 128대에 탄약 보급 차량 128대, 회수 차량 21대, 지휘통제 차량 59대 등도 세트로 포함된다.

이처럼 이번 사업에서 스페인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운용 통합성과 ‘장비성’이다. 자주포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탄약 보급 차량, 회수 차량, 정비 차량, 지휘통제 차량까지 모두 패키지로 도입한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들을 조합하면 정비와 부품 공급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페인 국방부가 내건 신형 자주포의 성능 요건은 사거리 40㎞ 이상, 차세대 유도탄 및 사거리 연장탄 운용 능력, 지휘통제체계와 완전 통합 등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동시에 접한 지리적 특성에 맞춰 해상 이동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까지 요구했다.

이는 연안 방어 능력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에 장륜형 자주포는 8×8 또는 10×10 고기동 차량을, 장궤형은 수륙양용 작전 가능성을 평가 항목에 넣었다.

아울러 운용 인원 최소화 및 자동화, 통신 네트워크 통합성 등도 포함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자국내 고용 창출에 일조하기 위해 자주포 제조와 정비 등을 스페인 국내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현지 매체 보도를 보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GDELS와 KNDS가 공동으로 발표한 두 모델이다. 장궤형으로 ASCOD 차체를 기반으로 한 Nemesis, 장륜형으로 Piranha 차체를 기반으로 한 PIRANHA AAC 10×10 기체다. 두 모델의 장점은 둘 다 독일의 PzH2000 기술을 활용한 모듈식 포탑 시스템 AGM(Artillerie-Geschütz-Modul)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같은 포탑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비성에서 크게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게다가 독일과 영국이 채택한 RCH155에도 AGM이 사용돼 경제성도 뛰어나다. 실제로 인접 국가인 스위스도 AGM을 탑재한 PIRANHA AAC 10×10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다만 Nemesis와 PIRANHA AAC가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 같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 바로 실전 운용 실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성능을 자랑해도 실제 작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대량으로 도입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빈틈을 한국산 K9 자주포가 파고 들어 유력 후보로 꼽히는 것이다. 현재 K9 자주포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폴란드, 튀르키예 등 10여 개 나토 회원국이 운용 중이다. 여기에 정밀사격 능력과 높은 신뢰성, 통합형 사격통제체계 덕분에 유럽 내 채택 속도가 가장 빠른 자주포로 평가 받고 있다.

미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최근 보도에서 “K9 자주포가 러시아 국경 인근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 빠르게 배치되고 있다”며 “실전성과 수출 실적에서 강점을 지닌 K9 자주포가 유럽 안보 구도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역시 “주요 경쟁자는 베스트셀러 K9 자주포를 보유한 한국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계약을 따낼 것이라 100% 확신할 수 없지만 한화는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부인할 수 없는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독일 라인메탈의 PzH-2000과 같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매우 유리하다”며 “여러 나토 국가에 실전 배치된 것은 물론 스페인 방산기업 인드라가 기술 이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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