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정부가 새해 '산업용 전기료' 제도를 도입한다. 에너지 집약 산업이 대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상한은 최대 5센트(72원)/kWh로 제한된다. 정부가 특별 보조금을 편성해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실질적인 전기료 부담은 30~40%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의 전기료 보조는 화학·철강·비철금속 등 핵심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키려는 조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장 이전과 투자 축소가 현실화하자, 결국 전기료 인하라는 정책 카드를 꺼냈다.
한계는 있다. 3년 한시 정책으로 기업 숨통은 틔울 수 있지만 전력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해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도 제한적이고, 자칫하면 산업계 전력 효율 개선과 공정 혁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독일의 선택은 우리 사회에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핵심 산업을 위한 산업용 전기료 감면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서다. 지난 9월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은 181.42원/kWh로, 4년 새 73.6%나 올랐다. 제조업계는 높아진 원가 부담에 국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면 다시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주목할 점은 독일의 목적이 단순한 전기료 인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료를 낮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 투자 독려 등을 병행하는 이유다. 즉 기업의 전력 효율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골든 타임'을 확보한 것이다.
전기료는 산업 정책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값싼 전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보다, 그 시간을 활용해 얼마나 빠르게 구조를 바꾸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독일은 전기료로 시간을 사는 선택을 했다. 한국도 선택해야 한다. 비용을 두려워하며 결정을 미루다 경쟁력을 잃을 것인지, 지금 부담을 나눠 산업의 시간을 살 것인지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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