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퇴진 촉구 집회’에서 경찰의 대응 방식을 놓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경찰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경찰 진압 문제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된 데 이어 또 다시 여야 간 강한 충돌이 전망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안위 소속의 야당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소관 ‘경찰 특수활동비’를 30억원 가량 삭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예산안을 상정하기 전이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특활비는 꼼꼼하게 살펴보고 손을 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 집회에서 경찰이 11명을 현장 체포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경찰의 대응이 ‘과잉 진압’이었다고 문제 삼으며 조지호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1일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선 경찰의 집회 관리에 대한 야당의 질타가 이어지며 예산안 심사가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차로를 열어달라는 주최 측의 요청에도 경찰은 꿈쩍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의 규모를 줄여보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정현 의원은 “중무장한 기동대원들이 시위에 참석한 국민을 가두려 했고, 또 다른 ‘이태원 참사’를 야기하려고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위축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집회 참가자) 부상만 들춰내고 사실을 왜곡한다”며 “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을 때 물리력을 동원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은 “당시 참가자들은 신고된 집회 장소를 벗어나 전 차로를 점거하려 했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경찰은 일반 시민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라도 열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청장이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사과를 거부하자, 전체회의는 예산안을 상정하지 못한 채 시작 1시간 30분 만에 중단됐다. 이에 12일 예정됐던 예산 심사 회의는 열리지 않게 됐다. 여야 행안위원들은 회의 종료 후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신경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민주당이 행안위 예산안을 볼모로 잡아 경찰청장의 일방적 사과를 강요하면서 예산안 심사를 파행시켰다”고 비판했다. 야당 행안위원들은 “경찰청장의 사과가 없다면 경비국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등을 꼼꼼히 따져 공권력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