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한국사회의 화음을 위하여
비발디의 협주곡 〈화성의 영감 제6번〉은 단순한 선율과 명료한 구조 속에서 서로 다른 악기가 부딪히다가도 결국에는 어우러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18세기 베네치아의 피에타 고아원에서 연주되던 이 곡은 당시 사회의 하층에 있던 고아 소녀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며, 세상 속에 그들의 존재를 알린 작품이었습니다.
붉은 머리의 사제, 비발디
1703년, 젊은 나이에 사제가 된 비발디는 베네치아 대운하 옆에 자리한 피에타 고아원(Ospedale della Pietà)의 바이올린 교사로 임명되었습니다. 피에타는 부모 없는 여자아이들을 보살피는 곳이자 동시에 유럽 최고의 여성 음악 교육기관이기도 했습니다.

비발디는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며 그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냈습니다. 어쩌면 그의 음악능력을 그 아이들에게 덧입혀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의 실험대상으로 삼은 셈이지요.
당시 관습상 피에타의 소녀들은 정식 무대에 서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그들은 고아원의 예배당에서만 연주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곧 이들의 연주가 소문이 나고, 베네치아의 여행자들은 발 디딜 틈 없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1711년, 이 시기에 만들어진 〈화성의 영감〉은 암스테르담에서 출판된 12곡의 협주곡 모음집입니다. 이 작품집은 유럽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비발디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화성의 영감〉은 이탈리아 협주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3악장 구조의 틀을 완성하는 등 협주곡 장르 발전에 큰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특히 제6번 가장조 협주곡 RV356은 연주자들에게 학습곡으로도 친숙하여, 지금까지도 바이올린 학습자의 첫 협주곡으로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
이 곡은 기술적으로 지나치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협주곡의 형식과 표현을 익힐 수 있는 교재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지요. 동시에 단순한 학습곡을 넘어, 바로크 음악의 리듬적 생동감과 구조적 명확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비발디에게 피에타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교직 생활을 넘어 평생을 지탱한 영감의 샘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이 바로 이 시기에 탄생하였습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도 영향을 받아 이 곡을 연구하고 편곡을 했다고 하지요.
바흐가 <화성의 영감> 속 여러 곡을 건반 편곡한 사실은 비발디의 협주곡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작곡가들에게 이론적, 창작적 자극을 주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제6번처럼 구조가 간명하고 선율이 직설적인 곡은 이후 협주곡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함께 어울리는 화성의 길을 누리시길”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는 수많은 목소리가 공존합니다. 세대와 성별, 계층과 지역의 차이가 때로는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발디가 사회적 소외계층이던 소녀들의 재능을 무대 위에서 빛나게 했듯, 그 음악은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과 소통의 장을 열어주었습니다.
〈화성의 영감〉은 3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여전히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도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정한 화성이 완성됩니다.”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 듣기
[프로필] 김지연
•(현)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현)이레피아노원장
•(현)레위음악학원장
•(현)음악심리상담사
•(현)한국생활음악협회수석교육이사
•(현)아이러브뮤직고양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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