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민생을 챙기기보다 이재명 대통령을 옭아매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계엄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더 큰 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폭정을 견제하는 유일한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 율곡로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내놓았다. 특히 여의도 정가를 강타한 통일교발 정교 유착 의혹을 두고는 “‘당원 중심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지방선거 화두로는 역시 ‘경제’를 꼽았다. 한 전 대표는 “민심은 주가보다는 물가”라며 “유례없는 원·달러 고환율 속에서 여당이 선거용 돈 풀기에 나서게 되면 물가 앙등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파적 이해득실에 매몰된 정부·여당의 내수형 정치로는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직격했다.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의 소송,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새벽배송 제한 논란 등 핵심 현안에서 이슈를 주도해온 한 전 대표는 1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보수의 재건 등 자신의 정치 소신을 피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이상훈 정치부장

-통일교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많은 정치인이 통일교에서 주는 돈은 ‘먹어도 탈 나지 않는 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종교 수사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고 정치인으로서 통일교 정도의 세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통일교 게이트는 종교 단체가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 단순 부패 사건이 아니라 민의가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 사안이다.
양당 모두 민심과 당심이 괴리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통일교나 신천지 등 맹목적으로 어느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결속된 표’를 확보하고 있으면 양당제의 현실상 민심을 거스르는 정권이나 지도부가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올 것이다.
-이재명 정부 6개월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중요 시스템들이 파괴되고 있다. 대선 전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이 정부는 출범 시작부터 한계를 갖고 있었고, 이에 배임죄를 없애거나 대장동 항소를 포기하고 검찰마저 없애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 검찰을 없애면 앞으로 검찰이 대행했던 형사사건은 서민들이 직접 자기 돈으로 대응해야 한다. 비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부자와 서민이 가져갈 수 있는 정의의 크기가 달라지게 된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혁명 이후 몇 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지켜온 시스템이 망가져가는 것에 분노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진단도 듣고 싶다.
△이재명 정부는 내수형·야당형 정치를 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대출 제한 등) 극약 처방을 두 번이나 내리고서 ‘집값 대책이 없다’고 하고, 유례없는 고환율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역량은 한계가 있는데 신중한 고려 없이 이쪽저쪽 찔렀다가 발을 빼버린다. 야당 시절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집권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 특히 정권을 만들어준 민주노총 등 특정 조직 챙기기가 문제다. 이들의 청구서를 처리하고 형사재판이라는 자기 목에 겨눠진 칼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당의 폭주에는 야당 책임도 있다.
△그렇다. 양당제에서 이재명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국민의힘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헌법 시스템을 파괴한 계엄에 대한 사과를 제대로 못 해 메신저로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권의 폭정을 저지할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는 어떻게 보나
△정부·여당의 폭주를 제어해야 할 야당이 이들의 악재를 스스로 덮어버리는 ‘불 끄기식’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부동산 이슈가 터지니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가서 여론의 시선을 돌렸고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로 민주당을 향해 ‘우리가 김만배’라는 레토릭이 먹혀들 때쯤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김현지·김남국 문자도 정권 초기에 비선 실세가 드러난 굉장한 사건인데 내부에서 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가 나와 김이 빠졌다. 통일교 게이트가 중요한 시기에 당원 게시판 의혹을 뜬금없이 끄집어냈다. 이런 게 문제다.
-야당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싸울 생각은 없나.
△민주당과는 180대1로 몸 사리지 않고 싸우겠지만 당내에서는 어떠한 부당한 공격도 반응하지 않겠다. 지금은 내부 분란보다 민주당의 폭거를 저지해야 한다. 상식적인 보수 지지층의 마음에 부합하는 일이 더 절실하다.
야당 내부 분란은 여당이 바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실책을 덮기 위한 이슈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퇴행 대신 미래로 가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가를 관건은.
△결국 민생을 챙길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금 민심은 주가보다는 물가다. 내년은 이재명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한미 관세 협상으로 인한 청구서를 제대로 받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도 결과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준다. 문제는 이 정부의 기본 속성이 포퓰리즘이기 때문에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를 앞두고 돈 풀기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이 전광판에 주가지수를 띄우더라도 국민이 피부로 더 크게 느끼는 것은 밥상물가나 부동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적 측면에서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
-야권에서는 ‘한동훈 역할론’이 나온다.
△원외 신분이지만 10·15 부동산 정책을 앞장서서 비판했고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도 처음부터 이끌었다. 론스타 이슈 역시 제 역할이 있었기에 유효타 있는 공격이 가능했다. 새벽배송 이슈부터 통일교 게이트 문제도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누가 성주가 되느냐가 아니라 성 밖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가 중요하다. 국민과 지지자들도 누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하는지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계신가.
△당장 어떤 자리가 나올지도 모를 지방선거에 대해 미리 결정한 바는 없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6개월은 엄청나게 긴 기간이다. 이미 통일교 게이트가 터지면서 유력 부산시장 후보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문제가 돼 지방선거의 판도가 확 바뀌지 않았나. 남은 기간 아무 일 없이 파도가 잔잔할 것이라는 전제로 미리 무엇을 준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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