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해외는] 베트남의 ‚디지털 대나무 외교’란?

2025-01-06

- 美・中 테크 경쟁 구도 틈타 새 글로벌 디지털 기술 허브로 포지셔닝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미국과 중국 간 디지털 기술 경쟁 본격화에 따른 테크 비동조화(非同調化, decoupling) 추세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 개발 허브로서 베트남의 위상이 격상되고 있다고 스위스 인터넷 뉴스 프랫폼 ‚디그워치(Digwatch)‘가 1월 4일 보도했다.

특히 미국-중국 사이 경제와 무역을 사이에 둔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여러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아시아권 국가에서 공급망 보존과 테크 기술 개발을 위한 설비 이전지 모색에 한창인 가운데, 베트남이 중국에 이은 아시아 최적의 테크 제조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인 2024년 12월 초 구글은 그동안 중국에서 가동하던 픽셀(Pixel) 스마트폰 조립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 발표 직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시기, 미국의 거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인 퀄컴(Qualcomm)은 베트남에 연구개발(R&D) 연구소를 개설했고, 인텔(Intel)도 반도체 개발 및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미화 33억 달러(우리 돈 약 4조 9천억 원) 투자를 발표했고, 애플(Apple), 메타(Meta Platforms, 前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거물 테크 기업들도 투자를 약속했다.

이토록 베트남이 글로벌 디지털 섹터의 핵심 플레이어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베트남 정부가 정책적으로 강력히 추진 중인 이른바 ‚대나무 외교‘ 전략의 덕분이라고 국제 외교 및 글로벌 거버넌스 분야 비영리 연구재단인 디플로머시(Diplomacy)는 정의했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대나무 외교 전략은 인류 역사 전통적인 외교에 디지털 부문을 접목시켜 해외의 유력 디지털 테크 기업들이 자국에 연구소 및 제조 설비를 유치 및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경제 협력적 접근방식을 띤다.

최근인 2024년 24일(미국 뉴욕 시간) 열린 유엔(UN) 연차총회에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2025년 사이버 범죄 컨벤션 대회 주최 도시로 선정된 것도 글로벌 디지털 강국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하는 베트남 정부의 노력을 시사하는 것으로 국제 사회에서 해석되고 있다.

베트남의 디지털 대나무 외교의 가장 핵심적 특징은 디지털이 가미된 융통성과 유연성이다.

제조업과 무역 중심의 국가적 경제 이득을 추구하되 전통적인 외교와 현대적 첨단 기술을 접목해 국제 경제 공동체에 개입・디지털 전환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겠다는 것이 이 전략의 주요 골자다.

베트남 정부의 디지털 대나무 외교 계획은 지금부터 거의 10년 전인 2016년에 故 응우옌 푸 쫑 당시 베트남 공산단 서기관이 공식 제안한 것으로, 이후 베트남은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각종 자유 무역 협정(FTA)에 조인하며 글로벌 경제로의 진입을 찬찬히 준비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전부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과 반도체 및 테크를 사이에 둔 경제 전쟁의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빅 테크 기업들에게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의 對 중국 관세 조치를 피해 중국을 벗어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및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제공할 제2의 중국(‚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포함 서구 테크 기업들이 동남아시아권 디지털 기술 연구개발 및 생산지로서 베트남을 선호하는 이유로 1)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2) 저렴한 비용과 노동력, 3) 테크에 민감하고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춘 숙련 기술 인력이 꼽힌다.

하지만 글로벌 디지털 테크 허브로서 베트남에 서려있는 어두운 그림자도 없지 않다.

중국을 이웃한 과거 공산주의권 국가로서 지금도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는 베트남 정권은 최근 들어 급격히 중국공산당(CCP) 정권에 못지 않은 인터넷 콘텐츠 및 온라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감시와 검열 등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라고 블룸버그 통신의 한 사설 기사는 지적한 바 있다.

또, 베트남은 러시아와도 전통적으로 깊은 외교적 유대를 유지하는 국가다. 베트남은 1968년 중국을 모혀 삼아 선포한 도이머이 개혁개방 경제정책에 따라 우방국들에 군사적・강압적 개입을 금하지만 러시아와는 핵무기 기술 관련 군사, 에너지, 과학기술 연구 부문에서 친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취하기 위해 다자간 다변적 국제 관계와 경제 참여라는 베트남의 디지털 대나무 외교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전략은 향후 미국—베트남 관계에 어떤 역학을 빚어낼 것인지 예의 주시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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