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현장경영] “농작물재해보험 보장 개선을…도시 농·축협 규제 풀어야 성장”

2025-03-17

농협중앙회가 3월초부터 실시한 ‘2025년 권역별 농·축협 현장경영’이 17일 경기·강원·제주·서울·인천 권역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진행된 현장경영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농협 각 사업부문 대표 및 부서장, 지역 농·축협 조합장 260여명이 참석해 지난해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올해 중점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농민 실익 강화 위한 아이디어 제시=강 회장 주재로 진행된 ‘조합장과의 대화’에서 조합장들은 농민의 실익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과 농협중앙회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김창길 경기 포천 가산농협 조합장은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열대야 현상이 심화돼 포도·사과 등에 착색이 정상적으로 안되는 문제가 빈번하다”면서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은 착색 불량 문제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착색 불량 문제는 수확량 감소가 아닌 일시적인 품질 하락이다 보니 정확한 피해를 산정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도 “갈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재배 피해는 늘어나고 있지만, 품목과 피해가 워낙 다양해 피해 보상이 만족스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보장이 미흡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자체 조사도 해 농민 입장에서 최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남영 강원 원주 신림농협 조합장은 “농협이 지방자치단체와 ‘지자체협력사업’을 할 때 농가에 직접 현금지원을 한 경우 농협중앙회 지도사업 업적평가에서 계량이 제외되고 있다”며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등과 협의해 유박비료 등의 비용을 보조해 농가에 저렴하게 공급하는데, 이런 부분도 업적평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사업이라면 업적평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경제사업 관련 현안 산적=농·축협의 경제사업 활성화와 관련한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장주익 경기 수원축협 조합장은 “올해부터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 폐지로 농사용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받게 됨에 따라 연간 전기료 부담액이 크게 늘었다”며 “관련 대책을 정부에 적극 건의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는 전력 관련 업계에서 수용을 하지 않아 다각적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할인지원의 당위성에 대해 조합장들께서도 정부와 국회를 함께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군진 제주 한경농협 조합장은 “대표적인 만감류인 천혜향의 소비가 침체돼 가격이 평년에 비해 하락한 상황”이라며 “농협중앙회가 소비자 카드 할인 지원 등을 검토하고, 도시농협들도 소비지에서 판매확대에 앞장서달라”고 건의했다.

강 회장은 “일년 내내 만감류가 생산되다 보니 제철 과일에 선호가 다소 밀리고 있다는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여러 방법을 강구해서 소비 진작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 경쟁력 강화 기반 필요=이날 간담회에는 수도권 농·축협 조합장이 대거 참석한 만큼 도시 농·축협의 금융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요청 사항도 많았다.

박준식 서울 서남부농협 조합장은 “방카슈랑스 규제 기준을 자산 2조원 농·축협에서 5조원 농·축협으로 완화하자는 논의가 수년 전에 나왔지만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 사업량 이용규제 한도도 50%로 묶여 있는 반면, 도시 농·축협들의 영업 범위는 제한돼 있어 원활한 사업 수행이 어렵다”고 했다.

강 회장은 “방카슈랑스 규제 기준 완화는 현재 제도 개선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조합원 사업량 이용 한도 완화 역시 금융당국과 협의해 개선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설명했다.

최영민 인천 부평농협 조합장은 “농·축협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대출 기간이 30년으로 돼 있는데 이는 시중은행(40년)에 비해 짧아 탄력적인 상품 운용이 어렵다”며 “대출 기한이 40년까지 연장되도록 금융당국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영현 농협상호금융 대표는 “지난해부터 금융감독원에 이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나 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하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올해 농협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전체 농·축협, 특히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이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며 “도시농협이 농산물 판매에 적극 앞장서 농촌농협을 지원해주시기를 당부드리며 농협중앙회도 농업·농촌, 지역 농·축협과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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