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커머스 공룡’ 쿠팡, 책임 경영 외면하는 ‘유통 괴물’로

2025-12-01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정치권의 ‘우물 안 개구리’식 규제가 함께 만들어낸 참사다. 쿠팡은 과거 세 차례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그런데도 지난해 정보 보호 관련 투자는 매출의 0.2%에 그쳤다. 인색한 투자로 보안 위험을 키우다 이번에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털리는 초대형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더구나 외부 해킹도 아닌 내부 직원이 유출한 사실을 5개월간이나 몰랐다는 점이 믿기도 어렵고 충격적이다. 쿠팡이 단기 외형 성장에 집중하느라 소비자 안전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쿠팡의 급성장은 유통 관련 규제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정치권은 2012년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워 대형마트에 대해 월 2회 휴무와 영업시간 제한 등을 강제했다. 쿠팡은 대형마트의 손발이 묶인 틈을 타 새벽 배송 등을 통해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쿠팡의 ‘배송 혁명’은 평가할 만하나 독점적 지위로 인한 폐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도한 입점 수수료와 검색 순위 조작,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등의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주는 실질적 경영자인데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대기업 동일인(총수) 규제에서 제외한 상태다. 권한은 크고 책임은 작은 구조다. 쿠팡이 올해만 국회·정부 출신을 18명 영입한 것도 내부 통제는 뒷전인 채 규제나 사법 리스크 방어에만 주력한다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지금은 온·오프라인은 물론 국경 간 유통의 경계마저 허물어지는 시대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대형마트 3사보다 더 많다. 또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의 파상 공세가 거세지면서 개인정보의 해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데도 국회는 지난달 13일 대형마트 등만 규제로 묶고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은 제외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몰 기한을 2029년 말까지 4년 더 연장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쿠팡 사태를 계기로 오프라인 규제는 풀고 e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통 규제를 개편해야 한다. 경쟁을 촉진해야 혁신이 살아나고 소비자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쿠팡은 피해 고객에게 납득할 만한 보상 대책을 내놓고 정부는 전방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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