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잡기 외면하는 듯한 한국

2025-07-17

사자탈을 뒤집어쓴 4족 보행 로봇이 앞발을 흔들자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시에서 열린 제3회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 참가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부스에서다. 온통 연두색으로 뒤덮인 부스 정면에선 엔비디아의 주력인 반도체와 그래픽 카드가 아닌 중국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을 마주했다. 엔비디아 반도체 칩의 성능을 자랑하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인 셈이다. 중국 로봇산업 발전에 엔비디아가 기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의도한 듯 보였다. 얼핏 봐도 200명은 넘는 관람객이 부스 전체를 빙 둘러싸고 엔비디아의 제품들을 구경했다.

이날 공급망박람회 개막식 축사를 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전통 의상 ‘당복(唐裝)’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늘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섰던 그가 보여준 가장 큰 변화다. 연설 중 ‘경제 실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 내빈들에게 중국어로 인사를 건넸고 “친구들과 손잡고 번영과 미래를 열겠다”는 대목도 중국어로 말했다. 이어 쏟아진 박수갈채에서 대(對)중국 AI 칩 재수출에 나선 젠슨 황의 노림수가 읽혔다. 중국 매체들은 방중 기간 젠슨 황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고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젠슨 황 영상엔 ‘좋아요’가 수만 개씩 찍혔다.

엔비디아 부스 맞은편엔 마이크론과 HP,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이 줄지어 자리했다. 중국인을 겨냥한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마이크론은 ‘20년 넘게 중국에 투자하며 혁신과 성공을 지원했다’. HP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한다’는 식이다. 퀄컴은 ‘함께 스마트 커넥션을 이루겠다’면서 중국 기업들의 로고를 박아넣었다. 다른 전시관에 있던 테슬라 역시 ‘중국의 공급망 파트너와 함께 ‘월드클래스 상품’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의 러브콜도 인상적이었다. 병 음료 15종을 전시하며 현지 생산을 강조했다. 광시성에서 자란 재스민(茉莉)과 푸젠성에서 키운 톄관인(鐵觀音) 등 중국 차를 접목한 라테 음료도 신제품으로 내놨다. 생산과 제조, 판매까지 모두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부스 여러 면을 할애했다.

이번 박람회엔 전 세계 75개 국가에서 온 기업과 기관 650곳이 참가했다. 해외 기업 비중은 35%, 이 가운데 절반이 미국과 유럽 기업이다. 무역 갈등 중에도 14억 중국 시장을 향한 구애는 그치지 않았다. 12만㎡에 달하는 전시장을 수 시간 둘러봤지만 한국 기업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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