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니가 그렇게 2나노를 잘해? <2편>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2025-01-01

정보기술(IT) 시장에 관심 많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실 준비 되셨나요?

2024년 마지막날 TSMC 2나노(㎚·10억 분의 1m) 특집으로 연말을 마무리했는데요. 오늘 2편을 이어가면서 새해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출발해보겠습니다. 오늘은 하이브리드 본딩, EUV 등 공정, S램 업그레이드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테크 고개를 넘어봅시다.

2나노에 첨단 패키징까지…하이브리드 본딩 간격 9→4.5

TSMC의 'IEDM 2024' 2나노 논문은 거의 종합 예술에 가깝습니다. 2나노 전(前)공정 외에도 어드밴스드 패키징, 특히 하이브리드 본딩 등 완전 최첨단의 기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그레이드한 결과물까지 내놓았기 때문인데요. 특히 하이브리드 본딩 성과가 눈에 띕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4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통해 많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칩과 칩·칩과 기판을 범프 소재 없이 바로 포개어버리는 기술입니다. 정보 이동 속도와 전력 효율을 확실하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인데 공정 난도가 상당히 어려워서 차세대 기술로 분류됩니다.

TSMC는 'SoIC'라는 이름으로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구현합니다. 이번 논문을 통해 2나노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접합하는 배선의 간격을 기존 9㎛(칩과 칩)·6㎛(칩과 기판)에서 4.5㎛ 이하까지 좁힐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간격을 2분의 1이나 줄인 셈이죠.

범프를 썼다면 각 배선의 간격이 50㎛였을텐데 이제는 4.5㎛까지 구현하다니. 진화에 진화를 거듭합니다. 나노미터를 넘은 옹스트롬(A) 단위 시대로 들어서면 TSMC가 이 간격을 3㎛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이 반도체 업계에 유행하게 된 것도 TSMC의 기여도가 큽니다. TSMC는 이미 AMD의 S램과 시스템온칩(SoC)의 하이브리드 본딩·엔비디아 그래픽칩(GPU)과 HBM 결합하는 2.5D 패키징 등을 주도하고 있죠. 유행을 만드니까, 다 바꾸니까 TSMC에 'One Of a Kind'라는 별명이 붙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선 공정, EUV 고도화로 업그레이드

TSMC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고도화해서 칩의 성능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는 내용에도 힘을 줬습니다. 시스템 반도체의 '중간 배선(MoL·Middle of Line)'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였는데요.

시스템 반도체는 연산 장치인 '트랜지스터'의 성능만큼 배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군대에서 전투의 승리는 '보급'이 결정한다고 하죠. 칩에서의 보급 라인이 바로 배선입니다. 연산장치에 필요한 전기 신호를 제때 전달해야 칩이 잘 돌아가거든요.

다양한 종류의 배선 중에서도 최근 '중간 배선(MoL·Middle of Line)'에서 신호 전달 속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TSMC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빛으로 회로 모양을 찍는 노광 공정에서 찾은 것 같습니다.

중간배선은 트랜지스터 제조와 맞먹는 미세한 공정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초미세 노광 장비인 EUV 기기를 활용하는데요. EUV가 도입되기 전에는 미세 회로를 한번에 찍어내지 못했습니다. 빛의 파장이 초미세 회로를 그려내기엔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몇 번에 나눠서 회로를 찍어내는 '멀티 패터닝'을 적용해도 문제입니다. 무하마드 알리는 '누구나 맞기 전까진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죠. 위 그림 설명처럼 여러 번 찍다보니 회로 간격이 생각보다 좁게 형성된 경우도 발생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가까워진 회로 사이에서 파티션 역할을 하는 절연체라는 녀석이 사고를 칩니다. 회로 간격이 가까워질수록 사이에 낀 절연체의 '정전용량'이 커지는 현상 때문입니다. 이동 중인 전자 알갱이들을 빨리 보내줄 생각을 하긴커녕,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면서 그 자리에 저장을 시키려는 엉뚱한 성질이 강해진다는 거죠. 정보 이동 속도에 장애가 되기 시작합니다. 이걸 유효 정전용량(effective capacitance·Ceff) 또는 쓸데없이 데이터 이동에 관여한다고 해서 '기생 정전용량'이라고도 합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기생충의 기생 맞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SMC는 EUV '싱글 패터닝'을 중간·백엔드 배선 공정에서 극대화했습니다. EUV는 한방에 회로를 찍어내기 때문에 회로 사이의 간격이 계획보다 멀어지거나 좁아질 확률이 적죠. 덕분에 트랜지스터와 가까운 회로인 'M1' 쪽에서 47% 가까운 정전용량 개선이 있었습니다. EUV를 적재적소에 잘 사용했더니 신호 전달 속도가 크게 개선되더라는 얘기입니다.

중간 배선 쪽에서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배선에는 육불화텅스텐(WF₆)을 채우는데요. 이 텅스텐 뒤의 'F₆'가 주변에 있는 절연체나 다른 금속과 너무 쉽게 반응하는 녀석이기 때문에, 반드시 TiN(질화티타늄)이라는 보호막(배리어 메탈)을 깔고 채웁니다. 그런데 이 TiN가 정보 이동 속도를 저해하는 저항값이 큰 소재라는 점이 문제인데요. TSMC는 2나노에서 이 TiN을 없애면서 100% 텅스텐(W)으로만 중간 배선을 꽉꽉 채웠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기존 대비 게이트 쪽 저항값이 55%나 개선됐고, 정보 이동 속도는 6.2%나 늘렸다고 합니다. 어떤 공법으로 보호막을 없앴고 어떻게 100% 텅스텐으로 채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따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초고용량 SRAM 최대 수율 90% “1000시간 테스트에도 끄떡없어"

시스템 반도체 안에서 정보를 기억하는 공간인 캐시(Cache) 메모리. S램의 집적도 향상과 성능 개선에 대해서도 공개했는데요.

S램은 6개의 트랜지스터가 1개의 0또는 1(1비트)를 저장하는 한개의 '셀' 역할을 합니다. 7나노에서는 ㎟당 25메가비트(Mb·약 2500만개 셀) 집적도를 구현했다면 2나노에서는 약 38Mb, 그러니까 집적도가 약 52% 증가했습니다. 고온·저온 테스트에서 1000시간을 버텼다는 연구결과도 냈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정보를 잘 기억한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죠.

TSMC는 2나노 S램에도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또 초고용량인 256Mb S램을 2나노로 만들 경우 평균 수율은 80%, 최대 90% 수율까지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56Mb는 일반적인 시스템반도체의 S램 용량이 아무리 커도 수 Mb 수준인 걸 고려하면 상당히 큰 용량에 속합니다. 모바일용 뿐만 아니라 서버 등에 활용되는 고용량 SRAM 제조를 염두한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2나노로 만든 시스템반도체가 5세대 HBM(HBM3E), LPDDR6 등 차세대 AI·모바일 D램과 잘 호환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것 역시 애플의 2나노 AP, 엔비디아 차세대 AI GPU 등과 잘 호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

지금까지 TSMC의 2나노 논문을 분석해봤는데요. 이야기가 어려우셨던 분은 "2026년 나올 애플 아이폰 18에 장착되는 AP 칩 'A20'은 이렇게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이 한 줄만 봐주셔도 좋습니다. TSMC는 2나노 공정에 대해 2025년 하반기 양산 시작→고객사의 양산 퀄 테스트 연내 완료→ 2026년 대량양산 시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TSMC는 하이브리드 본딩·EUV 공정의 특성과 개선된 수치를 공개하면서도 '어떻게 했다'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참 답답한 부분이긴 하지만 영업 비밀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한편으로는 "우리는 이 정도까지 준비해 놓았는데,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보라"는 자신감으로도 해석됩니다.

1편에서 한 독자님께서 댓글에 "삼성전자 2나노 기술과도 비교해달라"는 말씀도 남겨주셨는데요.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올해 2나노 공정을 양산하겠다는 계획만 공개했고, 3나노에 이어 GAA 적용에 대한 힌트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개선 사항에 대해 대외적으로 밝힌 적은 없습니다. 양산 전에 삼성 파운드리 포럼 등 회사의 행사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2나노 기술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기대해 봅니다. TSMC 2나노 특집은 여기까지입니다.

올해도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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