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선거 척결하자. 사전투표 NO 당일 투표 YES’ ‘사전투표 못 믿겠다. 반드시 당일 투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집중 유세에 나선 지난 26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포은아트갤러리 앞. 이런 팻말을 목에 건 한 무리의 지지자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김문수 대통령’을 연호했다. 같은 날 서울 도봉구 집중 유세에 나선 김 후보를 ‘국민의힘TV’ 유튜브 중계로 지켜본 지지자들은 ‘본투표 해주세요’ ‘6·3 본투표’ 등 댓글을 실시간으로 적었다.
이들은 오는 29~30일 사전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지난 25일 “저도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며 “사전투표의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겠으니 사전투표에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한 것과 차이가 있다.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후보와 사전투표는 절대 안 된다는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촉발한 건 김 후보 자신이다. 김 후보는 당내 경선 당시 ‘사전투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대 극우 지지층의 표심에 소구하려는 전략이었다.
김 후보는 지난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한 데 대해서도 “영화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그런 게 좋은 것 아닌가”라며 “어떤 경우든 유권자 중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부정선거론은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에서 김 후보 지지자 중 사전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 52%가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지지층의 투표율 저하를 우려한 김 후보가 ‘사전투표 독려’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바뀐 입장으로 지지자들을 다시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윤재옥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27일 선대본 회의에서 “사전투표에 대한 일부의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사전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전날 부정선거 의혹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윤상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날 아침 김 후보의 공약 발표를 앞둔 국민의힘 당사에선 ‘기호 2번 김문수, 사전투표로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라는 TV광고 영상이 재생됐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전화면접 조사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9.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