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감] 국민연금·국부펀드, 日 전범기업에 3조 원 투자…역대 최대치

2024-10-22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가 일본 '전범기업'에 3조 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를 통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라는 지적이 몇 년째 이어졌음에도 투자 규모는 오히려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민주·광주 동남을) 의원이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일본 전범기업 63곳에 총 2조 2700억 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이는 1년 전(1조 5400억 원)보다 1.5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전범기업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군납물품을 제조하며 막대한 이익을 본 기업을 말한다.

한국투자공사의 경우 지난 5월 기준 전범기업 31곳에 5억 8000만 달러(약 8000억 원)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 모두 지금껏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한 규모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1000억 원 이상 투자한 일제 강제동원기업은 4곳으로, ▲신에츠화학 6950억 원 ▲도요타 5350억 원 ▲미쓰비시전기 1230억 원 ▲다이킨산업 1130억 원 순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판결에 불복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미쓰비시그룹(전기·중공업·화학)에 투자한 금액도 총 2150억 원에 달했다.

국민연금 측은 "전세계 40개국 이상 4000종목 이상을 포트폴리오 형태로 투자하며, ‘특정 개별기업’을 따로 투자단위로 하고 있지 않다”며 "일본 미츠비시의 매각만을 두고 투자손익을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공사 또한 “특정한 의도가 없으며, 글로벌 지수(MSCI)를 추종하는 일반적인 투자 방식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 기관 모두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방침을 고수하겠다는 것.

이에 안 의원은 "세계 최대 규모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ESG)뿐만 아니라 인권·환경훼손, 부패 등의 문제를 지닌 기업을 ‘핀셋 배제’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맡긴 노후 자금과 외화 보유액을 관리하는 두 기관이 인권을 훼손하고 우리나라 제도에 불응하는 일제강제동원 기업 주식에까지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는 가습기 살균제 기업 투자와 더불어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사항으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 투자를 대폭 줄였다. 그러나 전범기업에 대한 별도의 투자 제한 기준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 제한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하며, 현재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이 결정된 바는 없다"며 "개별 기업에 대한 향후 투자방향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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