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두의 세상보기] 생명체들의 자기 제한과 잠재력 발휘

2024-09-25

‘벼룩이 간을 내어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푼돈을 뜯어 먹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골라 등쳐먹고 사는 독버섯 같은 부류를 빗댈 때 사용한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벼룩의 자기 제한을 검증한 이색적인 실험이 있다. 벼룩이 몇 마리를 빈 어항에 넣는다. 어항의 높이는 벼룩들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정도다. 그다음에는 어항의 출구를 막기 위해서 유리판을 올려놓는다. 벼룩들은 톡톡 튀어 올라 유리판에 부딪힌다. 그러다가 자꾸 부딪쳐서 고통을 느껴 유리판에 닿지 않을 만큼만 튀어 올라가도록 스스로 도약을 조절한다. 한 시간쯤 지나면 단 한 마리의 벼룩도 유리판에 부딪히지 않는다.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하는 높이까지만 튀어 오른다. 그러고 나서 유리판을 치워도 벼룩들은 마치 어항이 여전히 막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 제한된 높이로 튀어 오른다. 대상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유형의 또 다른 실험이 있다. 그것은 사나운 이빨을 가진 파라냐(piranha)에 관한 실험이다.

남아메리카 등지의 강에서 서식하는 피라냐를 큰 수족관에 넣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피라냐에게 먹이를 준 후, 한쪽에 몰리면 수족관의 가운데를 유리판으로 막는다. 먹이를 먹고 다시 본래 있던 곳으로 헤엄쳐 가려던 피라냐는 유리판에 부딪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몇 번이고 시도하지만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다. 시도할 때마다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쪽 수족관에서 적응하게 되고 더 이상 유리판을 향해 돌진하기를 포기한다. 흥미로운 점은 몇 주 뒤에 유리판을 치워버려도 피라냐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헤엄치지 않았다. 파라냐도 벼룩처럼 자기 제한을 스스로 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에서는 야생 새끼 코끼리를 포획하여 길들일 때, 새끼 코끼리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체인을 큰 나무토막과 연결해 묶어둔다. 당연히 새끼 코끼리는 활동이 제한되어 달아나지 못한다. 몇 주일 후 새끼 코끼리는 족쇄를 풀어 주어도 달아나지 않는다. 이 인도 야생 새끼 코끼리 또한 벼룩과 파라냐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한계를 정했기 때문이다. 벼룩이나 피라냐 그리고 인도의 새끼 코끼리 실험은 동물조차도 자기 능력의 한계를 정해놓고 더 이상 활동의 범위를 넘어서려 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자기 제한은 동물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실시한 대뇌의 신피질 실험 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타고난 잠재 능력의 약 2퍼센트만을 사용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조차 평생 활용하는 두뇌 사용량이 잠재 능력의 10퍼센트도 채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인 아인슈타인도 자신의 잠재 능력을 15퍼센트밖에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무한에 가까운 잠재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지만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연구는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자기 제한을 둔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인간들에게 능력의 한계를 정하지 말 것을 시사해 준다. 마치 연못을 떠나 저 넓은 강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가진 관상어 ‘코이’처럼 말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 지닌 잠재력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우리 인간들이 좋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실천에 옮기기만 한다면 그동안 인간들의 무모한 탐욕으로 유발된 경제 양극화의 해소와 기후변화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지구를 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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