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안팎에서 많은 어려움을 한꺼번에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 정치적 불안정이 있다면, 국외에는 중국의 기술 발전과 팽창, 미국의 새로운 관세 장벽 등이 있다. 이런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을까? 현재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강점을 활용하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솔루션(Solution)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야별 협의회를 출발시키고 분야별 차별화되는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분야별 고객들과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더 빠른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 3월 31일에는 서울대 공대와 로보틱스 연구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한민국의 로봇 선진화에 앞장서게 될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가 갖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깊은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는 늦게 출발하게 되지만 지금부터라도 국가적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 소임은 인재양성과 연구개발을 포함하지만 더 중요한 소임은 자랑스런 로봇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에 활용되고 도움이 되는 로봇 개발을 위해 고객과 함께 하는 수요 기반 로봇 솔루션 개발을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는 다음 네 가지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첫째 서울대 로봇 관련 전공 교수들과 석·박사 연구원들의 경쟁력, 둘째 학부생들의 로봇에 대한 열정과 노력, 셋째 서울대 전체 공동체와 함께 협력하면서 만들어 내는 로봇 솔루션 개발 능력, 넷째 로봇산업협회와의 상호보완적 협력체계가 바로 그 네 가지 강점이다.
로봇 솔루션은 로봇 개발, 작업 수행, 환경 대응, 인간과 상호작용, 공간 최적화 등 모든 문제를 풀어서 고객이 원하는 해결책을 의미한다. 이는 로봇을 활용하는 고객 도메인(작업과 환경)과의 최적 융합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서울대의 모든 학과·전공에서는 로봇을 활용하고자 하는 도메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분야에서 로봇 솔루션이 완성되려면 현재의 건설 공정이 로봇이 잘할 수 공정으로 새롭게 개발돼야 하는데 이는 건설 전공에서 주도해 주어야 가능하다. 바이오, 제약, 의료·병원, 식품, 의류, 예술, 농축산업, 토목, 조선, 항공 등등 모든 전공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으므로 이 전공들과 함께 협력한다면 로봇 솔루션을 가장 쉽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장점을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는 가지고 있다.
즉 로봇의 미래 수요가 대학 내부에 존재한다. 이처럼 로봇 기술 중심이 아닌 수요 기반 로봇 솔루션과 산업 전략을 만드는 역할을 주도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로보틱스만 성장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활용하게 되는 모든 전공이 함께 성장하게 되고, 그 영향이 우리나라 전체에 미치게 될 것이다.
1960년부터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AI)을 집중 육성해서 그 학과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전공의 발전을 이끌어내고 미국 발전에 기여한 리더십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예를 들면 언어학에서는 컴퓨터 활용 언어학(Computational Linguistics), 경영학에서는 경영정보시스템(MIS), 건축학에서도 컴퓨터 활용 디자인(CAD)의 큰 발전을 이끌 수 있었다. 이제는 로봇이 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로봇이 모든 분야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대학은 로봇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로봇을 활용하는 사회를 이끌고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생태계를 쉽게 구축할 수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가 성공하기 위해 교육, 연구, 봉사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함해서 로봇을 통한 사회혁신과 로봇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최대한의 협력을 할 것이다. 21세기 대학의 새로운 역할은 '로봇과 함께'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부터 로봇에 진심으로 다가오는 대학과 협력을 통한 국가의 발전이 협회의 중요한 미션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 jinohkim@gmail.com
〈필자〉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로보틱스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로봇개발팀장과 로봇사업그룹장을 거쳐, 1999년부터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로 22년간 근무했다. 산업자원부 지능형로봇기획단장, 차세대성장동력추진특위 지능형로봇분야 실무위원장, 로봇산업정책포럼회장, 로봇융합포럼 실무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 정책 입안에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세계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 '로봇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조셉 엥겔버거 상을 수상했다. 1999년에는 반도체·바이오·덴탈 분야 로봇 전문 기업인 로봇앤드디자인을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2024년 2월에 한국로봇산업협회장에 취임,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