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그동안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의 글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배연국 소확행 아카데미 원장이 이번에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이란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배원장이 지난 10년 동안 날마다 아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배달한 행복 편지들 가운데서 고른 글을 모은 것입니다. 저도 배 원장님의 행복 편지를 받는 애독자이지만, 배 원장님은 이렇게 매일 아침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배달해 줍니다. 배 원장님의 행복편지는 그동안 구독자들의 넘치는 사랑으로 천만 뷰를 넘어섰다네요. 축하드립니다. 배 원장님!
그래서 배 원장님은 그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그 가운데서 99개 행복편지를 골라 이번에 인디언 달력에 실어 우리에게 보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99가지 이야기를 1월부터 12월에 나누어 배치하고, 각 달마다 그 달을 특징짓는 열쇠말과 인디언의 경구를 싣습니다. 이를테면, 1월은 ‘꿈’의 달이고, 여기에는 인디언 테와 푸에블로족의 ‘얼음 얼어 반짝이는 달’이라는 표제를 붙입니다. 왜 인디언의 경구로 매 달을 열었을까요? 배 원장은 책을 여는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디언들은 원래 영혼이 넉넉한 삶을 살았다. 하루하루를 똑같이 반복되는 시간의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매일 새로운 날이 태어난다고 믿었다. 인생에서 똑같은 날은 없다. 삶의 모든 순간은 보물이다. 삶을 보물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을 바친다.”
아! 그래서 책 제목을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이라고 하였군요. 이번 책에는 김홍신 소설가와 한비야 국제구호 활동가의 추천글도 있네요. 한비야 씨는 지혜와 성찰이 버무려진 행복편지가 어느 때는 쨍하게 추운 겨울, 따끈한 레몬차 같은 위안을 주고, 어느 때는 무더운 한여름 오후, 졸다가 죽비로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김홍신 씨의 추천글은 이렇습니다.
“배연국 작가의 글은 가슴 속에 꽃향기가 퍼져나가게 만듭니다. 인생사를 달관한 듯한 경지에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의 글은 손과 머리로 쓴 게 아니라 영혼의 눈동자로 세상을 보고 가슴 밑바닥에서 퍼 올려 썼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배 작가는 지혜의 실타래를 풀어 누구나 겪고 느낄만한 인생사를 절묘하게 그려냈습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의 지적 실체입니다. 그래서 추천사를 쓰며 지혜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아차렸습니다.”
한비야 씨와 김홍신 소설가의 추천사가 빨리 배 원장님의 행복편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하지요? 예! 그럼 제 횡설수설은 이만 줄이고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이 오게 하는 배 원장님의 주옥같은 글들을 보도록 합시다.
새순이 돋는 달(인디언 키오와족) 2월에는 <흔들리는 나무처럼> 글이 눈에 띕니다. 길을 가다 가로수를 보면 새로 심은 나무 주위에 지지대를 해놓은 것을 많이 볼 수 있지요? 이를 보면, 나무가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이 밖에도 뿌리에 공기주머니가 형성되는 것을 막아준다네요. 뿌리에 공기주머니가 있으면 뿌리와 흙 사이에 공간이 생겨 나무가 제대로 활착할 수 없다나요? 나무를 심고 나서 흙을 밟아주는 것도 같은 까닭입니다.
그런데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한다고 지지대를 단단히 고정하면 안 된답니다. 그보다는 가벼운 바람에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느슨하게 고정해야 한답니다. 애들도 너무 과잉보호하면 안 되듯이, 나무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여지를 두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지지말뚝이라도 설치하면 한 해을 넘기지 말고 되도록 빨리 철거하는 것이 좋답니다. 그래서 배 원장은 2월의 주제를 ‘고난’으로 하였습니다.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인디언 체로키족) 6월에는 <함께 비를 맞다>는 글이 감동적입니다. 일제강점기 말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많은 국어학자가 고생하였지요? 그 가운데 외솔 최현배 선생이 3년 동안 옥고를 치르고 출소하였을 때, 한 청년이 날마다 선생의 집에 찾아와 마당을 쓸었습니다. 그 까닭을 묻는 마을 사람에게 청년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는 함흥 감옥에서 선생님과 한방에 있었습니다. 제가 배탈이 나서 크게 고생한 적이 있었어요. 선생님께선 굶으면 낫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혼자서 어려울 테니 같이 굶자’라면서 저와 함께 밥을 굶으셨어요. 감옥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이렇게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외솔 선생이 그러셨군요. 대학교 때 국어운동학생회 회원이었던 저는 평소 최현배 선생을 존경하였지만, 이런 얘기는 배 원장님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청년의 말을 읽는 순간, 진한 감동이 몰려오며, 외솔 선생을 더욱 존경하게 되네요. 그래서 6월의 주제는 ‘존중’입니다.
옥수수가 은빛 물결을 이루는 달(인디언 퐁카족)인 8월에는 <립스틱의 기적>이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영국군이 독일 베르겐 벨젠 포로수용소를 점령했을 때, 수용소에는 4만 명의 유대인과 전쟁 포로들이 생존해 있었지만, 움막 곳곳에는 장티푸스와 굶주림으로 죽은 1만 명의 주검들이 쌓여있었답니다. 그러니 병사들은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주검에 구역질했다는데, 상상이 되지요? 그리고 수용되어 있던 사람들도 음식이 제공되고 방역이 실시되고서도 매일 500여 명씩 병으로 죽어 나갔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상상하면서 몸서리가 쳐지는 것이, 전쟁은 정말 어떠한 명분으로도 있어서는 안 될 죄악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어느 날 수용소에 거대한 화물이 도착합니다. 그런데 상자 안에는 수용소의 모든 여성이 쓸 수 있는 분량의 립스틱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고함을 지릅니다. “누가 이따위 쓸데없는 걸 보냈느냐?” 당연한 반응 아니겠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게 놀라운 선물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립스틱을 받아 든 여자들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입술에 칠하기 시작합니다. 어깨에 담요 하나만 걸친 채 돌아다니는 여성들도 입술만은 빨갛게 칠합니다. 그런데 그런 여성들의 얼굴에 희망이 나타납니다. 여성들은 입술을 붉게 칠하면서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고, 그런 시절로 돌아가기를 소망하면서 희망이 솟은 것이지요. 그러니까 립스틱은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희망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8월의 주제는 ‘태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밤나무의 달(인디언 크리크족)인 9월에서 <우산 없으세요>라는 글 하나만 봅시다. 비가 세차게 오는 어느 날 배 원장님이 지하철 5호선 마포역을 나올 때 한 젊은 여성이 서있는 것을 보았답니다. ‘저 아가씨 우산이 없어서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근처 포장마차에서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한 손에 비닐우산을 들고 부리나케 와서, 아가씨에게 “우산 없으세요?”라고 묻습니다. 할머니의 의도를 알아차린 아가씨는 웃으면서 “아뇨, 친구를 기다리고 있어요. 괜찮아요.”라고 합니다.
그걸 바라보는 배 원장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고요. 배 원장님이 할머니에게 우산을 나눠주는 까닭을 물으니, 할머니는 비 오는 날이면 지하철역 출구에서 우산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답니다. 그래서 ‘이들이 얼마나 속이 탈까’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길거리에 버려진 우산들을 모아두었다가, 그런 사람을 보면 우산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럼 9월의 주제는 무엇이겠습니까? 짐작하듯이 ‘베풂’입니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 감동한 배 원장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거리에서 단출한 먹거리를 파는 할머니에게는 가진 재산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이야말로 진짜 부자가 아닐까?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손길을 내미는 베풂은 ‘마음 부자’만이 할 수 있다. 억만금을 갖고도 마음에 바늘 하나 꽂을 데 없는 빈자가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어떻습니까? 제가 소개하는 글마다 감동이 있지 않습니까?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에는 이러한 글이 99개 실려 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매달 한편씩은 소개하고 싶으나, 그러다가는 제 글이 너무 길어질 테니, 아쉽지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아! 그러나 더 소개하고 싶은데... 자~아~~ 여러분도 이 책을 보면서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을 만끽하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