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를 발표하자, 통신사 간 번호이동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마케팅 공세에 나섰고,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불법 보조금 조짐까지 감지된다.
지난 4일 SK텔레콤은 약정 기간 내 해지한 고객에게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4월 19일 이후 해지했거나, 이달 14일까지 해지하려는 이용자다. 공시지원금이나 선택약정 할인 반환금 모두 포함된다. SK텔레콤은 이미 위약금을 납부한 고객에게는 환급 절차를 시작한다.
SK텔레콤의 면제 결정에 유통 단말 시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향후 8일간이 연중 가장 큰 이동 수요가 몰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번호이동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결정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SK텔레콤 위약금 전액 면제' 문구를 내건 오프라인 대리점들이 등장했고, 공식 온라인몰 메인 화면에도 관련 메시지를 띄우며 면제 조치 이후 쏟아지는 이동 수요 선점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도 적극적인 방어전에 나설 태세다.
보조금 경쟁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강변 테크노마트에서는 갤럭시S25(256GB)가 통신 3사 모두 번호이동 조건으로 5만~15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출고가 135만3000원에서 공시지원금 50만원(10만9000원 요금제 기준)을 제외하면, 80만원 안팎의 불법 보조금이 붙은 셈이다. 아이폰16e(128GB)의 경우 SK텔레콤 번호이동 조건에서 기기값 0원에 차비 10만원이 제공되는 '마이너스폰'으로까지 내려갔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최근 며칠 사이 보조금이 눈에 띄게 오르긴 했다”며 “위약금 면제를 계기로 유통 수요가 더 살아날 거라는 기대감이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은 이달 14일 종료되는 위약금 면제 기간을 전후해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15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7·폴드7 예약판매와 맞물려 보조금 경쟁이 한층 격화될 수 있다. 또 단통법 폐지 시점까지 겹치면서, 하반기에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치열한 유통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 면제, 플래그십 단말 출시, 단통법 폐지 등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시장 경쟁이 이전보다 뚜렷하게 활발해진 상황”이라며 “당분간 통신사 간 마케팅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과열 양상이 반복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현장 점검이나 추가 규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유심 해킹 피해로 다수 이용자가 불편을 겪은 상황에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전략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