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샌드박스 본격, 친환경·자원화 ‘일거양득’ 노린다

2024-12-26

입력 2024.12.26 12:01 수정 2024.12.26 12:0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폐배터리·태양광 폐패널 처리 신기술

규제 특례 적용해 기술 상용화 추진

연간 176건 상담, 9건 샌드박스 적용

내년부터 ‘기획형 규제 특례’ 도입도

환경부가 올해부터 순환 경제 분야에 규제 특례(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 자원 순환과 신기술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규제 특례는 한정된 기간과 장소, 규모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실증(테스트)을 허용하고, 그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면 관련 규제를 개선·보완하는 제도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규제 개선 사항이 있으면 특례를 신청할 수 있다. 기업이 규제 특례를 신청하면 부처 담당자가 이를 확인, 사전협의를 진행한다. 이후 사전검토위원회에서 분야별 기술 등에 관한 전문가 검토·자문을 얻고, 최종적으로 환경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방식이다.

심의위에서 규제 특례를 허용하면 확인서를 발급하고, 조건 준수 여부 확인과 현장 점검 절차를 시작한다. 이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발생하면 조건 변경 등을 다시 논의하고 법령 정비를 거쳐 실증 특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다.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시행한 ‘순환 경제 규제 특례 제도’로 올해 총 9건의 신기술·서비스에 대해 규제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주요 규제 특례 내용을 살펴보면 태양광 폐패널의 현장 재활용 서비스 경우 컨테이너 탑재형 장비를 활용해 현장에서 폐패널을 재질별로 분리해 운송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이동식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기준이나 처리업 인허가 기준이 없어 유용 자원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환경부는 이번 규제 특례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태양광 폐패널 운송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여 배출자 운송비 부담을 절반 이상 낮추고, 폐패널의 현장 방치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유용 자원 회수율을 높여 자원 재활용 촉진 효과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통합바이오가스화 실증도 규제 특례 사례다. 해당 사업은 봉투나 용기 등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음식물과 함께 바이오가스시설에 투입해 가스 생성률, 적정 수거 체계 등을 실증한다.

현행 법령은 음식물과 하수 찌꺼기 등 지정된 유기성 폐자원만 바이오가스화시설에 투입할 수 있다.

환경부는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도 규제 특례 효과를 기대한다. 환경부는 “희소금속을 다량 함유한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는 규제 특례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친환경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신기술은 핵심 광물 공급 안정화와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 같은 친환경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저온처리 직접재활용 방식의 폐배터리 재활용과 재생산 기술을 규제 특례 대상에 포함했다. 이는 폐배터리를 마이너스(-) 400℃에서 전처리한 뒤 수처리만으로 니켈(Ni), 코발트(Co), 리튬(Li) 등을 추출하고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를 활용해 전구체 복합액을 생산하는 내용이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한다면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금속 추출 과정에서 황산을 사용하지 않아 오폐수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차전지 공정 부산물에 직접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양·음극재 재제조 사업도 규제 특례 적용을 받는다. 해당 사업은 사용 후 배터리가 아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차전지 공정 부산물을 처리하는 내용이다.

공정 부산물을 저온 처리한 뒤 물과 물리적 방법만을 사용해 활물질(Active material)을 회수해 양극재와 음극재 등 제품화하는 기술이다.

환경부는 지난 11월까지 순환 경제 규제 특례를 위해 176건의 상담을 진행했고, 이 가운데 47건을 현재 검토 중이다.

내년에는 개별 기업 신청뿐만 아니라 정부가 먼저 폐배터리, 폐플라스틱과 같은 핵심 순환 자원 활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술을 실증할 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기획형 규제 특례’를 도입한다.

안세창 환경부 기후탄소실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자원순환망을 구축,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순환경제 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 실장은 “산업이 빠르게 창출되는 상황에서 신기술·서비스가 모호하거나 불합리한 규제에 막히는 일이 없도록, 도전하는 기업에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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