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지속된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완전표시제’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현행 표시제 아래에선 가공식품의 GMO 사용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농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제도 도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논의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16일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촉발됐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유전자 재조합 같은 생명공학 기술로 재배한 농산물을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 등에는 해당 제품이 GMO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제조·가공 이후에 유전자변형 단백질 등이 남지 않은 경우에는 알리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식용유의 경우 GMO를 원료로 썼더라도 가공하면 단백질이 남지 않아 GMO 사용 표시를 안 해도 된다.
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GMO를 사용한 식품일 경우 예외 없이 GMO 사용 표기를 의무화하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임 의원은 법안 개정 이유에 대해 “현행법이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완전표시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최근 발간한 ‘2023 유전자변형생물체 및 생명공학 규제 관련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GMO 표시제를 ‘예외 사항 없이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71.9%에 달했다.
완전표시제 도입은 최근 10년 넘게 해결점을 찾지 못한 사안이다. 지난해에도 해당 내용을 포함한 ‘GMO 특별법’이 야당 주도로 발의됐지만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농업계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농업계는 정부가 소비자와 기업 간 이견 조율을 이유로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까지 GMO 완전표시제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10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 법제화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GMO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들은 완전표시제 도입 시 소비자가격 상승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펴지만, ‘가격 상승’은 GMO 완전표시제 도입의 반대 논리로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GMO를 사용하지 않은 식용유가 GMO를 사용한 식용유에 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는 식약처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고 기업 논리를 반박했다.
한편 11월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 기조를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한국의 GMO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협상과정에서 GMO 규제 강화에 해당하는 완전표시제 도입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어 대응 카드와 논리를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법안 발의에 맞춰 GMO반대전국행동은 내년부터 완전표시제 법제화를 위한 본격적인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