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켜든 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모였다. 우리는 수천, 수만의 촛불이 모이면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1979년 계엄령을 전후해서 발표된 뒤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노래가 있다. 정태춘과 조용필의 ‘촛불’이다.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1978년에 정태춘이 만들고 부른 ‘촛불’은 서정성이 돋보이는 포크음악이다. 이듬해 정태춘은 이 노래로 TBC 방송가요대상 작사상을 받았다. 훗날 정태춘은 실연의 아픔을 담아 부른 노래였다고 말했다. 지금 정태춘은 촛불을 켜든 광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가수다.
1980년 조용필이 발표한 ‘촛불’도 사랑 노래다. 조용필은 어느 날 TBC(현 KBS 별관) 현관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드라마국장과 마주쳤다. “어이, 용필이. 그러지 않아도 연락하려던 참이었네. 드라마 주제곡 좀 써줘.” 그렇게 해서 쓴 노래가 TBC 주말극 <축복>의 주제가였다. 노랫말은 이 드라마의 작가인 이희우가 썼다. 갑자기 암에 걸린 여주인공(정윤희)을 촛불에 비유했다.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 연약한 이 여인을 누구에게 말할까요/ 사랑의 촛불이여 여인의 눈물이여/ 너마저 꺼진다면 꺼진다면 꺼진다면/ 바람아 멈추어라 촛불을 지켜다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촛불’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조용필과 만나 호형호제하던 시인 김지하도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러나 촛불집회 때 촛불을 켜라는 것인지 끄라는 것인지 애매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최근 콘서트에서 다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