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가 어때서?

2025-03-24

‘댕댕이’라고? 지난 주말 강아지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국제 강아지의 날’(3월 23일)을 맞아 반려견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됐다. 그런데 강아지의 날에 펼쳐진 각종 프로그램 명칭에 당연히 들어가야 할 강아지나 반려견이란 단어를 찾기 어려웠다. 대신 ‘전국 댕댕이 사진 자랑대회’, ‘댕댕이 대잔치’처럼 하나같이 ‘댕댕이’로 표현했다.

동물이 내는 소리, 즉 의성어를 그 동물의 애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야옹이(고양이), 삐약이(병아리), 꿀꿀이(돼지), 짹짹이(참새) 등이다. 개는 당연히 ‘멍멍이’다. 결코 낮잡아 보거나 혐오의 감정을 담은 부정적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멍멍이가 댕댕이로 변형됐다. 온라인 공간에서 ‘멍’을 ‘댕’으로 대체해서 사용한 게 유행하면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신조어가 된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를 부추기면서 이제는 관공서 행사명에까지 쓰이고 있다. 귀여운 강아지의 이미지와 어감이 잘 어울려서 일 것이다. 한발 더 나가 ‘갓(GOD)’이라는 단어와 합쳐 ‘갓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강아지를 더 사랑스럽게 표현한 새로운 애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에서도 Dog나 Puppy 말고도 맥락에 따라 개와 강아지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개를 개, 멍멍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대놓고 개, 멍멍이라 불렀다가는 반려인들에게 ‘눈흘김’을 당해야 한다. 개를 개라고 칭했다가 민원인에게 호된 나무람을 들었다는 어느 공무원의 하소연도 생각난다. 시대에 뒤떨어진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개 앞에서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대한민국 반려인구 1천500만명 시대, 이제는 개를 자식으로 여기는 데까지 왔다. 그들은 개의 앞발을 ‘손’이라고 한다. 이러다가는 앞다리를 ‘팔’이라고 부를 판이다. 물론 가족 같은 반려견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표현이겠지만 지나치다. 그런데 정작 반려인은 스스로를 ‘개엄마’, ‘개아빠’라 칭한다. 개를 개라고 부르는 것을 애써 피하면서 사람에게는 ‘개~’ 라는 호칭을 스스럼없이 쓴다. 언제부턴가 인간이 개와 한 종족이 돼 스스로를 개의 엄마, 아빠, 오빠, 누나라 칭한다. 개가 인간의 자식 자리를 슬쩍 차지한 것이다.

인구절벽 시대, 젊은 개엄마‧개아빠가 늘어난다. 젊은 부부가 조심스럽게 밀고 나온 유모차 안에는 아기가 아닌 모자까지 곱게 차려입은 강아지, 개가 누워있을 확률이 더 높다. ‘그 정성과 사랑을 개가 아닌 진짜 자신의 아기에게 쏟았으면⋯.’ 그래서 엄마‧아빠 대신 개엄마‧개아빠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야속하다. 그럴만한 사정은 있겠지만 그래도 불편하다. 개는 그저 개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하더라도, 심지어 가족이더라도 그렇다. ‘반려동물’로 사랑하고 성심껏 보호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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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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