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말을 들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불행을 줄여줄 수는 있다.”
돈이 많아도 불행한 삶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이 말이 솔깃했다.
내가 겪는 모든 죽음은, 고독사나 자살이니, 불행하다고 봐야 할 게다.
그리고 대체로 그들은 ‘돈’이 없었다.
그들에게 그 순간, 당장의 어려움을 벗어날 어느 정도의 돈만 있었다면, 적어도 나를 만나는 그 시간은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
최근 같은 사연이 반복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은 돈이 있는 곳에 존재하지 않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이런 유의 삶에 대한 교과서적인 문구가 많지만, 그리고 그 말이 맞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교과서에 다 나와 있다는데 시험은 망치는 것처럼 말이다.
고인의 형이 의뢰한 주소지는 오래된 원룸 건물이었다.
나는 공동현관을 들어설 때 습관처럼 우편함을 쳐다본다.
우편물이 수북이 쌓인 호수.
역시나 오늘 작업해야 하는 방이었다.
단지 숨진 지 오래돼 우편함이 방치돼서가 아니다.
감당할 수 없이 쏟아지는 독촉장을 꺼내보지 않은 지 이미 오래된 것이다.
채권사, 신용정보회사들의 우편물들이 가득하다.
불길하다.
우편물이 쌓여가는 누군가의 집은….
고인은 40대 초반의 남성.
사후 7일 만에 발견됐다.
좀전까지 부쩍 더워진 날씨 탓에 부패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