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기후변화와 농촌 노동력 부족 등 급변하는 농업 환경에 대응하고자 수직농장(Vertical Farm)을 활용한 딸기 연중 생산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농촌진흥청의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 공모 과제로 선정된 『인공환경 기반 고품질 딸기 생육 제어 기술개발』의 일한으로 추진된다. 총 29억 원 규모의 연구비가 3년간 투입되며, 전남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5개 기관이 공동 참여한다. 연구팀은 딸기의 생육 단계별 재배 요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생리장해를 최소화하는 양액 공급법과 배지 구성, 조도·온습도 조절 등 수직농장에 최적화된 맞춤형 재배 시스템을 정립할 계획이다.
성과가 기대되는 이 연구가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핵심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로 ‘품종’이다. 딸기 연중 생산 기술은 단순한 인공환경 제어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재배 품종의 생리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본은 이미 딸기 연중 재배 기술을 상당 수준 실용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여름과 가을 출하에 적합한 품종의 육성, 둘째, 지대별 기후 특성을 활용한 생산지 분산 전략, 셋째, 스마트팜 기술의 실용화다. 특히 여름철 고온기에도 꽃눈 분화와 개화가 가능한 사계절성(四季成) 품종의 활용은 연중 재배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스즈아카네, 서머리리컬, 나츠미, 나츠오토메, 사마프린세스 등 다양한 여름·가을 출하용 품종이 육성되어 있으며, 홋카이도, 도호쿠, 아키타현 등 냉량한 기후의 고냉지에서 집중 재배되고 있다. 아키타현의 경우, 일계절성(一季成) 품종을 활용한 여름 딸기 재배 면적이 약 20헥타르에 달할 정도다. 딸기 출하는 12월부터 5월까지의 겨울·봄 작형과, 6월부터 11월까지의 여름·가을 작형으로 크게 나뉘며, 일본은 이 양쪽 출하 작형을 모두 품종 전략과 기후 적응형 기술로 대응하고 있다.
일계절성 품종은 단일 및 저온 조건에서 꽃눈이 분화되므로, 햇빛을 짧게 처리해야 하며, 여름철 재배에는 고지대나 냉량한 지역이 적합하다. 반면, 사계절성 품종은 장일 조건에서도 자연스럽게 개화하며, 여름철 환경에서도 인위적 조작 없이 꽃눈을 분화시킬 수 있어 여름·가을 재배에 용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딸기 품종 육성이 여전히 겨울·봄 출하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품종을 여름철 수직농장에서 활용하려 한다면, 냉방·조명·습도 등의 인공환경 제어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며, 생산 효율성과 경제성 확보에 큰 부담이 된다. 결국 수직농장 기반의 연중 생산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고온기 적응 품종의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일본처럼 이미 축적된 연중 재배 관련 기술과 해외 운영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 품종 정보 및 운영 데이터를 적극 수집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전략도 중요하다. 이는 기술 개발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상용화 속도와 경제성을 높이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전문가 심사를 거쳐 채택된 만큼 기술적 신뢰성과 기획력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용성과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종-환경-관리기술’이라는 삼각 축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인공환경 제어 기술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품종 개발과 현장 실증이 병행되는 현실 기반의 연구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형 불안정, 인력난, 생산비 증가라는 복합적 위기 상황 속에서, 딸기 연중 생산 기술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의 이번 도전이 지역 품종과 기후 특성을 반영한 기술 개발로 이어져, 현장의 농가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연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