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과초는 이제 IB 후보학교
“교감 선생님, IB 후보학교 승인 났어요!”
IB0로부터 날아온 반가운 소식을 지체할 수 없어, 자정이 넘은 시각에 IB 담당 선생님께서 교직원 단체 소식방에 문자를 남기셨다. 후보학교 승인을 기다렸던 탓일까? 덕과 교직원 모두 축하 인사를 전하느라 한참 동안이나 단체 소식방 알림음이 울려댔다.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던 탓일까? 그날은 나도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했다. 우리 덕과초등학교는 2024학년도 2학기부터 IB 관심학교를 운영해왔다. 교장, 연구, IB 담당교사가 IB 본부에서 개설한 연수를 받고, 매주 전문적학습공동체에서 IB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전체 교직원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 결과 IB 교육의 철학을 함께 공유하고 고민한 결과 6개월만에 후보학교로 승격된 것이다.
“IB 월드스쿨 인증을 위해 이제 정말 열심히 달리겠습니다!”IB 담당 선생님의 다짐처럼 우리 덕과 교육가족 모두는 ‘깊이 탐구하고 서로 존중하며 협력하여 세상을 밝히는 지혜를 키우고 실천하는 평생학습자’로 성장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IB 월드스쿨 인증을 위해서는 전체 학년이 IBO에서 정한 초학문적 주제에 대한 UOI(Unit of Inquiry 탐구 단원)를 조직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있는 시간과 공간은 어디인가’, ‘어떻게 우리 자신을 표현하나’, ‘어떻게 우리를 조직하나’,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나’, ‘지구를 공유하기’...얼핏 보면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처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재인식하는 철학적 물음처럼 느껴지는 초학문적 주제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근원적 사유들이라고 생각한다. IB 교육프로그램을 적용하여 교육과정을 설계하면 교과 지식 전달에 국한된 지엽적인 교육활동을 조금더 통합적이고 성찰적 사유가 가능한 ‘전이 가능한 지식’을 탐구하는 교육 방식으로 변화시켜 줄 것이다.
우리 덕과 초등학교 교사들은 봄방학도 잊은 채 IB 교육프로그램 UOI를 함께 구상해 보았다.
2021학년도에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아서 4년째 IB 학교를 운영중인 대구의 덕인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모시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마을을 품은 UOI
“우리 덕과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살리면서 세계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안목을 갖게하려면 어떻게 할까요?”대구 덕인초등학교 김선생님께서 던진 첫 번째 질문이었다. ‘세상을 밝히는 지혜를 키우는’ 우리 덕과초등학교는 유기농 논농사교육을 지원해 주는 ‘남농’과 목화농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토종 씨앗의 소중함과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는 체험학습을 지원해 주는 ‘솔바람 권역 체험마을’을 품고 있다. 마을 자원을 늘 탐색하시고,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소중히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제안으로 2025학년부터 마을 교육과정을 진행하기로 마을과 협의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우리 학교는 1년짜리 벼농사 프로젝트와, 목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것을 중심에 두고 UOI를 조직해 보면 어떨까요?” 마을과 학교를 잇고, 아이들의 삶을 위한 교육이라면 우리가 먹고, 입는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몸으로 겪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선생님들께서도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이틀간의 열띤 토론으로 ‘벼’를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라는 초학문적 주제를 다룬 3학년 UOI가 탄생했다.

함께 하니 어렵지 않네요
IB 교육이 무엇인지 잘 몰랐을 때는 무척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했다. 이번 교육과정 세움 주간 동안 우리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지도서와 자료들을 뒤져가며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의 사고력을 신장시키고, 탐구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협업 능력’ ‘성찰 능력’은 IB 교육이 추구하는 아주 중요한 교육적 가치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애썼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교사 자신이 성장하는 값진 경험을 맛보았다.
앞으로 IB 월드스쿨 인증을 위해 우리 덕과 교육가족이 헤쳐나갈 많은 과제와 고민들이 버겁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모든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UOI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펼쳐질지 새 학기가 무척 기대되는 2월 말이다.

개념기반
드디어, 무전을 먹는 날! 지구별을 사랑하는 우리 덕과 아이들은 각자 개인 식기를 준비해서 요리 활동에 참여했다. 무를 자르고, 밀가루를 묻혀 계란물에 적신 무를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익힌다. 교실 복도가 무전이 익어가는 행복한 냄새로 가득하다.
“이게 끝이에요? 왜 이렇게 간단해요? 집에 가서 엄마한테 해드릴 거예요!”
무전이 익어가는 동안 군침을 삼키면서 집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멋진 친구들이다. “무라서 아무 맛도 안날 줄 알았는데, 엄청 고소하고, 맛있어요. 또 먹어도 돼요?”먹기 전에 시쿤둥 했던 혜선이는 무전을 더 먹으려고 긴 줄을 또 서서 기다린다. “저 배추전 좋아하는데 배추전도 해도 돼요?”서아는 커다란 배춧잎을 프라이팬에 올리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교감 선생님 덕분에 학교에서 이런 걸 다 해보네요. 무전을 생전 처음 부쳐보고,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네요. 우리 애들은 정말 행복하겠어요. 이렇게 맛있는 간식을 손수 해 먹어보다니!”덕과의 터줏대감이신 교무 선생님도 행복해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으신다.

사후활동-무전 어땠어?
무전을 먹은 아이들과 소감을 나누어 봤다. 직접 무를 뽑고 관찰한 뒤에, 조심스레 자르고, 뜨거운 프라이팬에 익혀보는 활동들은 아이들에게 신선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생태텃밭 요리 활동에 대한 관심과 반응도 뜨거웠다.
“텃밭에서 키운 것으로는 삼겹살이나 구워먹고 끝냈는데, 이렇게 긴 호흡으로 수업을 이어나가 본 것은 처음이에요. 키운 것들을 관찰하고 그리고, 궁리해서 글을 써보는 활동들은 아주 멋진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텃밭에서 아이들과 어떤 수업을 할지 감이 조금 와요.”1학년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린 놀라운 무 그림과 생생한 관찰글을 보고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다. 그 신선한 충격 때문이었는지 선생님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결국, 지구를 구해야죠!
맛있는 무전을 먹은 아이들은 텃밭으로 달려가 집에 가져갈 무들을 하나씩 뽑아 가방에 고이 모신다. 이제 그 무는 더 이상 조막만한 작은 무가 아니라. 달큰하고 고소하고 짭쪼름한 추억을 선사해 준 지구의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1회용품을 쓰지 않는 요리 활동도 너무 좋았어요.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한 기분이에요. 작은 것부터 당장 실천하게 되니 참 뿌듯해요. 올해는 지구가 너무 늦게까지 더워서 배추랑 무가 잘 크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배추가 잘 자라서 김장을 했으면 좋겠어요. 내년이 너무 기대 돼요. 내년에는 부디 늦더위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4학년 선생님의 바람대로 내년에는 부디 지구가 덜 아프길, 그래서 우리 덕과 친구들이 생태텃밭에서 기른 건강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진영란 덕과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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