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형태의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관련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요즘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의 기세를 두고, 약 10년 전 전기차 개발 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다양한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반면, 실질적인 활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일어서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은 거품일까, 아니면 전기차의 뒤를 잇는 새로운 기회일까.

샤오미 CyberOne이 물꼬, 투자와 신제품 쏟아져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의 본격적인 시작은 3년 전 샤오미(小米)의 사이버원(CyberOne, 鐵大) 등장 이었다. 지난 2022년 8월 11일, 샤오미 레이쥔(雷軍) 회장은 자사 신제품 발표 행사 마지막에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을 깜짝 공개했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걸어나와 레이 회장에게 꽃을 전달하고, 함께 셀카를 촬영하는 모습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인간과 닮은 로봇의 움직임은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했고, 로봇 관련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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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만 해도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자금조달 건수는 연간 15건, 액수도 17억 위안(약 3300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듬해 연말, ‘중국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종목’ 유비테크(UBTECH, 優必選)가 홍콩거래소 메인보드에 상장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렴풋한 가능성이 아닌 실체를 갖춘 기술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당시 유비테크 로봇이 공장 라인 ‘작업’에 투입되면서 자본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2023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자금조달은 42건으로 크게 늘었고, 총 조달금액도 130억 위안(약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1년 뒤인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각종 신제품 로봇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자금조달 건수는 72건, 액수는 1년 전에 비해 다시 2배로 늘어났다.

올해(2025년) 들어서는 갈수록 더 많은 자금이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로 몰리고 있다. 든든한 자본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가장 최근인 8월에는 두 회사가 화제를 모았다. 앞서 7월에 전략적 투자를 받은 애지봇(AgiBot, 智元机器人)은 다시 한번 자금조달에 성공, 기업가치가 180억 위안(약 3조4800억원)에 이르렀다. 애지봇은 화웨이(華為) ‘천재소년 프로젝트’ 출신 즈위안(智元)이 만든 회사로 알려져 있다. 또 푸리에 인텔리전스(Fourier Intelligence, 傅利葉)는 시리즈 E+ 라운드 투자로 3억 위안(약 58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85억 위안(약 1조6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거품 논란? 전기차 성장 흐름과 유사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실용성이 부족한 퍼포먼스형 로봇’이라는 지적이 일어서다. 일례로 지난 4월, 유니트리(Unitree Robotics, 宇樹科技)의 2족 보행 로봇 G1이 전 세계 최초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넘어지자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G1 로봇 두 대가 링 위에서 맞붙었을 때도 연출된 ‘퍼포먼스’의 느낌이 짙다는 비판이 일었다. ‘퍼포먼스형 로봇’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실용성을 높이는 것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2025년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의 원년(元年)이라고 불린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는 ‘실험실 전시품’에 머물지 않고 ‘생활 필수품’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베이징대 주도로 설립된 갤봇(GALBOT, 銀河通用) 창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왕허(王鶴)는 양청완바오(羊城晚報)와의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현재 ‘운동의 시대’에서 ‘생산력의 시대’로 넘어가는 혁명이 전개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비테크, 에지봇, 유니트리 등 주요 기업을 비롯한 많은 중국 휴머노이드 업체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유니트리는 지난 7월 25일 세계 AI 대회에서 G1의 보급형 로봇인 R1을 공개했다. 이어 유비테크는 8월 8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세계 로봇 대회(WRC 2025)에서는 글로벌 최초 ‘배터리 자가 교체’ 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 Walker S2를 발표했다. 24시간 무정지 작동이 가능한 Walker S2는 물류 시스템 안에서 입고부터 이동, 분류까지 전 과정을 시연했다. 그밖에 푸리에는 감성 교류에 특화된 케어봇(Care-bot) Fourier GR-3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제 많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넘어 ‘실제 현장 적용’으로의 과도기에 들어서고 있다. 로봇을 실제로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제품력을 검증받고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하반기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기술 열광’을 넘어 ‘상업적 실현’ 단계로 전환”되며, “중국에서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에 분포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가운데 중국이 절반이 넘는 6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량은 2030년 25만2000대에 이르고, 2050년에는 3억2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며,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8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관측했다.

앞서 언급했듯,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은 약 10년 전 전기차 육성에 자주 비견된다. 당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시선은 엇갈렸다. 중국 전기차 굴기에 대한 놀라움을 제기하면서도 ‘중국산 자동차’의 품질과 안정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재 중국 전기차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기차와 제조 기반이 유사한 덕분에 중국이 성장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퍼포먼스형 로봇’이라는 의구심은 여전하며,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구심’만으로 평가절하하기보다는 ‘경계심’을 갖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과 자금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에 대적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