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보험 신상품 심의 ‘오락가락’

2024-09-25

[FETV=장기영 기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보험사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의 행보는 지난 2015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5년간 배타적 사용권 획득에 도전했다 실패한 보험사의 이의 신청 9건 중 8건이 재심의에서 받아들여져 수용률이 100%에 가까웠다.

보험협회 입장에서는 회비를 내는 회원사, 즉 ‘갑(甲)’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 애초부터 철저한 기준과 원칙에 따른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9월 현재까지 최근 5년간 두 협회 신상품심의위에 접수된 배타적 사용권 이의 신청 9건 중 8건은 재심의에서 기각 결정이 번복돼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상품의 독창성, 유용성, 진보성 등을 평가해 부여하는 독점 판매 권한이다. 사용권 부여 기간 다른 보험사는 유사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이 기간 재심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의 신청은 지난 2021년 조기 난소기능부전 진단비 등 4개 특약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삼성화재 1건뿐이다.

배타적 사용권 획득에 도전했다 실패해도 이의 신청만 하면 사실상 100% 획득이 가능한 셈이다.

똑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놓고 신상품심의위의 판단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의 경우 생보협회 1건, 손보협회 2건 등 총 3건의 이의 신청이 모두 받아들여져 결국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됐다.

생보협회 신상품심의위는 지난 8월 7일 삼성생명의 ‘돌봄로봇 제공형 경도인지장애·최경증치매 보장 특약’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심의에서 기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만인 9월 5일 재심의에서는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했다.

재심의 전후 달라진 것은 신청 사항이 ‘경도인지장애와 최경증치매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현물 급부 지급’에서 ‘경도인지장애와 최경증치매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인지기능 훈련 프로그램을 탑재한 돌봄로봇 지급’으로 구체화 됐다는 것뿐이다.

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 역시 7월 캐롯손해보험 ‘할인이 쌓이는 굿드라이브 특약’, 9월 신한EZ손해보험 ‘착오송금 회수비용 보장보험’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신청을 재심의해 각각 6개월, 3개월을 부여했다.

이 같은 배타적 사용권 심의 결과는 회비를 내는 보험사와 회비를 받는 보험협회의 관계상 이미 예견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보험협회는 매년 회원사인 보험사가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보험사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철저한 기준과 원칙에 따른 배타적 사용권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초 심의에서 배타적 사용권 부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더라도, 이의 신청이 들어오면 못 이기는 척 내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심의위원 전원이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독립된 신상품심의위 구성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두 협회 신상품심의위는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인 협회 임원이 각각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제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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