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pl Original
이해진과 송치형,
그리고 웹3
“피를 섞어도 보통 섞는 게 아니다. 굉장한 신뢰 관계가 있단 얘기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사회 의장)와 송치형 두나무 창업자(회장)의 관계에 대해 네이버 C레벨급 핵심 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공개된 네이버-두나무 ‘빅딜’(주식 교환으로 두나무가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로 편입) 추진 배경에 두 사람의 두터운 신뢰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도대체 네이버는 왜, 두나무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IT업계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 빅딜 추진 소식을 둘러싼 의문과 ‘썰’이 지난 한달 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직 발행 여부조차 정해진게 없는데, ‘원화 스테이블 코인’ 중심으로 디지털금융 판을 재편한다는게 가당키나 한건가? 이미 두나무에서 매년 800억원이 넘는 배당금과 보수를 받는 송 회장이 굳이 팀네이버에 ‘데릴사위’로 합류한다고? 여기에 일각에서 이 의장이 후계자로 송 회장을 내정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빅딜의 실체를 둘러싼 혼란은 정점에 달했다.
이 의장은 왜 그동안 그렇게 피하려했던 규제 이슈를 짊어지면서까지 두나무와 피를 섞을 생각을 했을까. 초등학교 때 사서삼경을 뗐다는 괴짜 개발자 출신 송 회장은 무슨 속내로 네이버에 합류하나. 송 회장은 정말 차기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팩플이 이 의장·송 회장의 조언자 그룹, 양측 C 레벨급 핵심 관계자들을 밀착 취재해 ‘빅딜’의 배경과 속사정, 그들이 그리는 빅픽쳐가 무엇인지 낱낱이 파헤쳤다.

1. 이해진과 송치형
빅딜의 단초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람’에 있다. 이 의장과 수년간 인연을 맺어온 조언자를 통해 그 속사정을 물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라는 인연이 있지만 이 의장과 송 회장 관계를 학연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12살 차이가 나기도 하고. 주변에서 보기엔 어떤가.
이 의장이 사석에서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고 ‘리스펙’(존경)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창업자를 얘기할 때가 있었다. 2명을 꼽았다. 송 회장과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직접 창업한 회사를, 굉장히 돈을 잘 버는 회사로 키웠다는 점이다.
(두나무 영업이익은 매출의 70% 이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거래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이다. 장 의장이 창업한 크래프톤 역시 영업이익률이 40% 이상이다. 게임 내 유료 아이템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영업이익률이 평균 3~7%인 일반 제조업, 7~15%인 IT 업종과 비교해도 “경이로운 수준”의 영업이익률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가까워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나.
두 사람을 연결해 준 사람이 있다.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ICT 업계 내에선 꽤 유명한 인사다. 중간에서 둘을 자주 만나게 해줬고,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이 의장이 송 회장을 더욱 신뢰하게 된 것 같다.
송 회장이 이 의장의 뒤를 이어 네이버 전체를 총괄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